ADVERTISEMENT

청와대 조직개편안 엇박자 ‘공직기강비서관’설치 무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공무원 감찰을 전담하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을 청와대에 설치하는 조직개편안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됐지만, 일부 수석실의 반대로 이번 개편에선 반영되지 않을 전망이라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11일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청와대 조직개편안에는 대통령실장 직속으로 공직기강비서관실을 만드는 방안이 포함됐다. 현재 민정수석실이 맡고 있는 청와대 내부감찰 업무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공직자 감찰 업무를 함께 맡는 ‘저승사자 비서관’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지난 연말부터 “공직사회의 부정과 비리부터 반드시 제거하겠다”고 강조해온 이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하자는 취지가 반영된 방안이었다.

이후 청와대 내부에선 “공직 비리 척결을 위해선 설치가 바람직하다”는 찬성론과 “민정수석실 업무와 중복될 우려가 있으며, 청와대에 굳이 감찰 전문 조직이 있을 필요가 없다”는 반대론이 맞섰다. 이후 점차 반대론에 힘이 실리면서 조직개편안 실행이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논의에 참여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곧 발표될 청와대 조직개편에선 공직기강비서관실을 따로 만들지 않는 쪽으로 방향이 잡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부활이 검토됐던 금융비서관실 역시 따로 만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 경제금융비서관실의 내부팀으로 ‘금융팀’을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여기엔 “청와대에서 경제비서관실과 금융비서관실을 분리하면 협력보다는 부처이기주의만 부추길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우려가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기획관리비서관에게 국정상황실장의 기능까지 맡겨 수석급으로 격상하는 문제나, 홍보·공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홍보기획관실과 대변인실을 통합하자는 논의도 주춤한 상태다. 내부의 파워게임 때문에 조직개편의 취지가 왜곡될 우려가 있어 기능만 재조정하는 쪽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주말인 10일에도 집무실에 나와 조직개편과 관련된 보고를 두 시간가량 받았다. 하지만 “청와대 조직에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이와 관련, 여권에서 비중 있게 논의됐거나 이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던 각종 개혁안 대부분이 용두사미 격으로 무산되면서,청와대가 변화보다는 현상 유지를 택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10일 행정관급 40여 명에 대한 승진 인사에 이어 조만간 비서관에 대한 인사를 할 예정이다. 관료 출신인 경제·행정 분야의 일부 비서관들은 부처로 돌아가 차관직을 맡게 되고,일부는 건강 문제 등으로 옷을 벗거나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사공일 국가경쟁력위원장 사퇴할 듯=청와대 관계자는 “국가경쟁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공일 대통령 경제특보가 최근 이 대통령에게 위원장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공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1년간 국가경쟁력위원장으로 규제완화 문제를 본 궤도에 올려놓았으니, 할 일은 다한 셈”이라고 말했다. 사공 위원장이 위원장직에서 물러나더라도 경제특보직은 유지하며, 4월로 예정된 G20 금융정상회의 준비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청와대는 전했다.

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