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자격증 강좌는 뜨고 꽃꽂이·재테크는 찬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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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주부 김상은(34·서울 반포동)씨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개설한 ‘알록달록 동물 모양 비누 만들기’란 강좌를 지난주 신청했다. 수강비는 놀랍게도 단돈 1000원. 아이와 함께 신청했고 별도의 재료비를 포함해도 7000원밖에 되지 않는 점이 그의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아이를 하루 즐겁게 해주고 교육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봤다. 다음 달 1일, 단 하루 열리는 이 강좌엔 김씨 같은 주부들이 몰리면서 수강한도 100여 명이 하루 만에 꽉 찼다.

경기 불황의 그림자가 백화점 문화센터에까지 드리우고 있다. 주부들은 한 달 수강료 3만~4만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반면 1000~2000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듣는 1회성 강좌엔 수강생이 몰린다. 폐강이 속출하는 재테크 강좌도 ‘대박’보다는 ‘기본기’를 가르치는 강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저렴·실속·기본’이 올해 백화점 문화센터의 키워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때보다 심하네요”=1998년 외환위기 당시 주부들이 비싼 쇼핑이나 외식 대신 자기계발에 몰리면서 실속 있는 문화센터 강좌는 오히려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요즘 대부분의 강좌는 10~20%씩 수강자가 줄었다.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강좌도 있다. 주로 액세서리를 만드는 강좌나 꽃꽂이, 인테리어 강좌처럼 당장 일상 생활과 크게 관련이 없는 것들이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기획팀 백성혜 차장은 “10년 전에는 오히려 수강생이 10% 늘었는데…”라고 우려했다. 백화점을 돌며 천연석으로 보석을 만드는 비즈액세서리를 강의하는 노현정 강사도 “한때 한 반이 25명에 달하던 수강생이 지금은 9명으로 줄었다”며 “그나마 듣는 수강생 가운데도 액세서리 온라인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속형 강좌는 인기=이에 비해 자격증을 주거나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실생활 강좌, 집에서 매일 해먹을 수 있는 간단한 요리를 만드는 강좌들은 백화점마다 접수 하루 만에 매진되고 출석률이 90%를 넘을 정도로 큰 인기다. ‘엄마가 배우는 영어 동화 지도법’ ‘우리 아이 독서지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술교육’ 같은 강좌들이다. 특히 영어지도사 강사 자격증 과정은 아이도 가르치고 자격증도 딸 수 있다며 수강자가 몰리고 있다. 재테크 강좌에선 기본에 충실한 강좌가 주목받고 있다.

요즘 중산층이 밀집한 강남 주민들을 상대로 한 재테크 강좌들이 속절없이 폐강되고 있는 가운데 실명보다 ‘아기곰’으로 더 널리 알려진 문관희씨의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부동산 재테크 강좌는 강좌 접수 하루 만에 매진됐다. 이 백화점의 백성혜 차장은 “고객들이 대박 터뜨리기가 아닌 초심으로 돌아가고, 기본을 다지는 내용을 희망해 봄학기 때 그 분야를 더 보강한다고 했더니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각 백화점들이 다음 달 시작하는 봄학기에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실용성’이다. 롯데백화점은 1회용 강좌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봄이란 계절의 특징에 맞춰 ‘봄 인테리어 DIY(직접 만들기)’ ‘봄김치 담그는 법’ 같은 실용 강좌를 준비 중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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