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 팔만대장경' - 팔만대장경 알기쉽게 축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석굴암.종묘와 함께 95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팔만대장경.불교의 모든 경전을 비교.분석.정리해 한자 한자 새긴 '불교경전의 텍스트'인 팔만대장경은 민족 문화의 역량을 상징하는 자랑스런 문화재다.

그러나 여느 문화재와 달리 팔만대장경은 일반인의 접근이 결코 수월치는 않다.'팔만'이라는 숫자가 드러내듯 분량이 방대하고 한문으로 표기돼 웬만한 불자(佛子)라도 그 전체를 파악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올들어 중앙일보사 주최.대장경연구소 주관으로 펼쳐지고 있는 '팔만대장경에 새생명을'캠페인-경전의 CD롬화와 인터넷 개설 프로젝트-도 따지고 보면 해인사 경판고에 신비로이 감춰진 팔만대장경의 대중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때 오는 14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팔만대장경의 구성과 내용을 간추린 책이 나왔다.'한권으로 읽는 팔만대장경'(들녘刊)이 그 것. 팔만대장경의 심오한 세계를 한권에 요약했다는 사실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처럼 다가온다.그러나 일반인들에게 팔만대장경의 전모를 한권의 책으로 쉽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은이는 불교서적 전문출판사인 법등의 편집장을 거치며 여러 권의 불교 관련 책을 번역 출간한 진형종씨.또 불교방송 상임이사인 영담스님이 감수를 맡아 원전 해석의 신뢰도를 높였다.

저자는“모든 경(經)을 읽는데만 수십년의 세월이 필요하며 각 경을 간단히 정리한다 해도 막대한 지면이 소요된다”며 “팔만대장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방법을 정리.제시하는데 만족한다”고 밝히고 있다. 책은 크게 6부로 구성됐다.팔만대장경의 제작 경위에 얽힌 사연들을 정리한 개설부분이 앞에 나오고 이어 부처님의 일생이 소상하게 정리됐다.그러나 이 책의 진가는 팔만대장경 목록에 따라 각 경전의 구조와 갈래등을 있는 그대로 쉽게 복원한데서 드러난다.

대승불교의 깨달음 과정을 제시한 대승삼장,즉 부처님의 설법을 담은 경,수도자들의 계율을 결집한 율(律),교리의 핵심을 정교하게 다듬은 논(論)등 삼장(三藏)이 실렸다.또 소승불교의 주요 경전인 소승삼장,그리고 각 경전에서 빠진 부분을 보완한 보유잡장 순으로 주요 경전의 얼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또한 본문에서 언급되지 않은 경전들을 포함해 팔만대장경에 실린 1천5백37개 경전에 대한 해제를 권말 부록형식으로 요약해 실었다.해제편만 해도 3백여쪽.중간중간 불교 전문용어도 알기 쉽게 풀이했다.

저자는“크게 세가지 대본에 의존했다”고 말한다.동국대 역경원에서 나온'한글대장경'으로 내용을 살피고,팔만대장경 영인본으로 순서를 확인하고,해제부분은 북한판'팔만대장경 해제'를 참고했다.

이같은 서지적 측면보다 더욱 중요한 점은 팔만대장경에 담긴 고려인의 문화적 역량을 간파하는 일.몽고의 침입을 불심(佛心)으로 극복하려 했다는 종교적 차원 외에 팔만대장경은 당시 중국.거란등 각국에 산재된 경전을 모아 비교.검토하면서 한자문화권 최고의 정전(正典)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미 원본이 사라진 거란대장경은 팔만대장경이 없었더라면 영원히 역사의 기억에서 사라졌을 것이며 일본이 내세우는 1백권짜리 '대정신수대장경'도 팔만대장경을 기본으로 교정편찬해 나왔다.그럼에도 불구하고“요즘 국내에서 번역되고 있는 대장경 대부분이 일본 것을 따르고 있다”는 저자의 뼈아픈 지적이 오늘 우리를 선조들 앞에 부끄럽게 하고 있다. 박정호 기자

<사진설명>

해인사 장경판고에 보관중인 팔만대장경판.국보 제32호.이 팔만대장경의 방대한 내용을 한권으로 간추린 책이 발간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