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성공 우린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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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자리를 같이했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이 한꺼번에 백악관에 모인 것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 이후 28년 만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아버지 조지 H W 부시, 지미 카터, 빌 클린턴 등 3명의 전직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들은 민주당(카터·클린턴·오바마)과 공화당(부시 부자)으로 갈려 있어 과거에는 서로에 대해 비난한 적도 있다. 카터는 2007년 “현 정부는 역사상 최악의 정부”라고 부시 대통령을 혹평했다. 클린턴 역시 부시 대통령 부자를 깎아내리기 위해 오랫동안 애썼다. 이런 클린턴을 아버지 부시는 “얼간이(bozo)”라고 불렀다. 자신의 애완견이 클린턴보다 외교정책을 훨씬 잘 안다는 비아냥도 곁들였다. 그러나 이날 오찬은 1시간30분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오찬 뒤 이들은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활짝 웃는 표정으로 기념촬영도 했다.

부시는 오바마에게 “민주당·공화당을 떠나 우리는 당신이 성공하길 바란다. 그게 우리가 함께 갖고 있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여기 모인 전·현직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이 가져다주는 중압감과 가능성을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다. 훌륭한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이런 기회는 매우 각별하다”고 화답했다.

오바마는 오찬에 앞서 부시와 30분간 별도 면담을 했다. 중동 문제와 경기 부양 방안이 논의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레이건 대통령이 1981년 3명의 전직 대통령을 백악관에 초청한 것도 중동 문제가 계기였다. 당시는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가 참석했다. 오바마는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10일에도 부인 미셸과 함께 백악관에서 부시와 만났다. 그때 오바마가 부시에게 전직 대통령도 자리를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혀 이날 행사가 마련됐다. WP는 “이날 회동이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고 전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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