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듀어런스처럼 전 직원 꼭 살아남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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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8일 오전 9시 SK그룹 계열사 직원의 눈과 귀가 사무실 TV에 쏠렸다. 1년 만에 화상 강연을 하는 최태원 회장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최태원 SK회장이 8일 그룹 사내방송에 출연해 올해의 경영방침과 임직원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최 회장은 이날 설명회에 직접 준비한 ‘대마불사 신화 더 이상 없다’ 등의 동영상을 활용했다. [연합뉴스]


최 회장은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는 더 이상 없다. ‘SK불사’라는 인식도 버려야 한다”는 말로 시작했다. 이어 자신이 직접 준비한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기상이변으로 빙하기를 맞은 지구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의 모습을 다룬 영화 ‘투모로우’의 장면이 흘러갔다. 1914년 남극탐험 도중 조난돼 634일 동안 갇혀 있다가 27명의 대원 전원과 함께 귀환한 탐험가 새클턴 경의 실화를 다룬 책 『인듀어런스』의 삽화도 소개됐다.

그는 “현재의 SK가 처한 상황은 영화와 책 주인공에게 닥친 역경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주문은 명료했다. 영화나 책의 내용처럼 실제로 재앙이 기업에 몰아칠 수 있고, 그런 일이 일어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라는 것. 그는 “어찌됐든 살아야 다음에 미래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연이 무르익자 그는 단상으로 올라가 말을 이었다. “유비무환이라고 얘기하지만 신은 인간에게 미래를 정확하게 예견해 준비할 수 있는 능력을 주지 않았다. 아무리 준비를 해도 우리가 준비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또 그런 일들은 일어난다.”

그는 “10년 전 외환위기 직후에 있었던 국내 30대 기업 가운데 절반이 지금은 사라졌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어떤 기업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클턴 경의 팀처럼 SK 구성원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에 처했지만 전 직원이 꼭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9일과 12일에도 TV를 통해 직원을 다시 만난다. 전체 강연은 6일 녹화됐으며 최 회장은 강연 후 직원과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 임수길 SK브랜드관리실 팀장은 “예상 녹화시간이 1시간30분이었는데 위기 의식을 공유한 방청객과 대화가 길어져 세 시간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SK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던 2007년 7월 처음으로 직원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번이 세 번째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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