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해설>바지역할이란 - 남자역 맡은 메조 소프라노 여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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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바지역할이란 佛 travesti,英 trouser-role 또는 breeches part,獨 Hosenrolle.오페라에서 여성의 복장은 치마로 통일돼 있다.'바지역할'은 여성가수가 치마가 아닌 바지를 입고 남자역으로 출연한다는 것에서 생겨난 말.여성의 목소리를 억압했던 중세 기독교의 영향으로 여성가수의 무대출연을 금기시하면서 나타난 카스트라토(거세한 남성 소프라노)가 프랑스혁명 이후 급격히 감소하면서 이를 대신하게 된 것.그래서 매우 화려한 콜로라투라의 고난도(高難度) 기교를 요하는 레퍼토리들이 많다.

바지를 입은 메조소프라노가 상대역 소프라노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등장한다.모차르트'피가로의 결혼'의 케루비노처럼 여자 주인공을 유혹하는 남자 시종 역할이 대표적인 예.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장미의 기사'에서 내세운 옥타비안은 막이 바뀌면서 용감한 기사(騎士)와 순진한 하녀역을 번갈아가면서 해내기도 한다.

메조소프라노라고 해서 모두 바지역할을 맡는 것은 아니다.목소리가 가늘고 음역이 넓어야 하고 미소년같은 얼굴에다 바지가 잘 어울리는 각선미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육감적인 글래머 스타일의 카르멘역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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