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취임식 없이 임무교대 - 영국 정권교체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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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영국의 정권교체는 아주 간단하다.어찌보면 잔인하기까지하다.투표일 다음날 전임총리가 다우닝가 10번지에 있는 총리관저를 떠나고 신임총리가 입주하는 것으로 끝이다.

이.취임식도 없다.정부의 기능은 쉼없이 계속돼야 한다는 불문율 때문이다.존 메이저 총리는 보수당 패배가 확실해진 2일 이른 아침 자신의 선거구인 헌팅턴에서 총리관저로 돌아왔다.

총리관저 한쪽에선 이미 이삿짐을 챙기고 있었다.메이저 총리는 오전11시30분 여왕에게 총리 직인(職印)을 반납하면서 총리직 사임을 공식 요청하기 위해 버킹엄궁으로 향했다.메이저는 버킹엄궁으로 갈 때는 총리 전용차를 탔지만 돌아올 때는 다른 차로 바꿔탔다.

총리 전용차는 버킹엄궁에 남았다가 여왕을 알현하고 나오는 신임 토니 블레어 총리를 총리관저까지 모셨다.전통적으로 신임총리는 전임총리에게 총리관저 일부를 잠시 사용해도 좋다는 편지를 보내지만 전임총리는 이를 사양하는 것이 관례다.

다우닝가 10번지에 도착한 블레어 총리는 현관 앞에서 연설문을 낭독했다.연설이 끝나고 문을 들어서자 복도와 계단에 늘어선 직원들이 박수로 블레어 총리의 부임을 환영했다. 런던=정우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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