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린이책특집>국내 어린이도서 출판현황 어떠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지난달 10일부터 나흘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린 국제아동도서전에 참가한 한국출판사들은 모처럼 활기에 넘쳤다.우리책에 호감을 느낀 외국회사들의 계약문의가 잇따랐고 공동제작 혹은 세계판권 구매 의뢰도 있었다.아직은 첫걸음에 불과하지만 우리 수준이 세계인의'눈높이'에 접근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외국서 계약문의 잇따라 최근 2~3년사이 한국 아동출판계가 급변하고 있다.중앙일보가 어린이날을 맞아 출판사 대표 10명,편집자 15명,작가 2명,서점 실무자 3명등 모두 3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관계자들은 양(量)과 질(質) 모두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응답했다.

이들의 응답을 정리해보면 아동책에서도 단행본의 약진이 눈에 띈다.전집 중심의 대형 출판사 틈바구니를 민음사.시공사.사계절등 단행본 출판사들이 속속 파고들고 있으며 길벗어린이.보리.보림등 아동도서 전문사의 움직임도 활발하다.90년대 들어 급증한 고학력 부모들의 신중한 책 선택도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소재의 다양화도 주목거리.전래동화.위인전류에서 벗어나 창작동화.그림책.과학이나 역사 학습물.만화.정보서등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유아,초등학교 저학년.고학년등 연령별 세분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일러스트 수준도 상당히 올라갔다.비룡소의 박상희이사는“우리나라 어린이 책의 르네상스가 다가오는 분위기”라며“개성있는 일러스트가 나온다면 세계시장 진출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장르별로는 그림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특히 최근 1~2년간 존 버닝햄.브라이언 스미스등 외국 1급 작가들의 책이 활발히 소개되면서 국내 그래픽의 구성도 제법 향상됐다고. 반면 문제점도 산적하다.관계자들은 무엇보다 국내 기획물의 빈약함을 가장 우려한다.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으론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으로 아동출판의 현주소를'풍요 속의 빈곤'으로 요약했다.

'풍요속의 빈곤' 문제점 어린이도서연구회에 따르면 지난해 나온 우리 그림책은 40여권에 그친 반면 외국 그림책은 1백90여권.번역물 제작비가 창작물의 30% 정도에 지나지 않고 제작기간이 짧다는 실리적 측면 외에 내용과 화면의 완성도도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보림출판사 권종택대표는“어린이가 외국정서가 담긴 책을 먼저 보는 것은 큰 문제”라며“외국보다 역사가 짧은 우리 그림책의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계몽사 황인희과장도“디즈니등 외국의 유명 캐릭터에 연연하며 재투자를 꺼리는 폐습은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화의 경우 작가 대부분이 현직 교사나 주부들에 국한돼 소재가 빈곤하고,동시는 상황이 더욱 열악해 전업작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지경사 김병준대표는 특히“독서를 공부와 직결시켜 학습관련서를 선호하는 부모들의 성향이 걸림돌”이라고 꼬집었다. 박정호.홍수현 기자

<사진설명>

대형서점에서 그림책을 고르는 아이들.최근 아동출판물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으나 국내창작물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포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