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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전야 민주 두 의원 바나나 들고 본회의장 잠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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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0일간의 입법 전쟁이 끝났다. 해머와 소화전이 등장했을 정도로 치열했다. 외국 언론의 놀림감이 될 정도로 숱한 화제도 낳았다. 하지만 그간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도 많다.

분수령은 지난해 12월 31일이었다. 힘의 저울추가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간 날이다. 그날 김형오 국회의장은 바빴다. 그는 오전 국회의장단과 3개 교섭단체 대표·원내대표가 모이는 9인 회담을 제안했다. 여야 모두 거부해 회담 자체는 무산됐지만 그는 야당 지도부를 비공개로 만났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외부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 나섰다. 의장실에선 “좀 얘기했다”(고성학 의장 정무수석)고만 말했다. 김 의장은 민주당 소속인 문희상 부의장과도 3시간여 대화했다. 문 부의장실 관계자는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취지로 김 의장을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다음 날 의장실 점거 농성을 풀었다. 그 무렵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의장의) 수행 비서에게 계속 전화했는데 (의장이) 비서도 따돌렸다고 하더라”(12월 31일), “만나 달라고 하는데 만나주질 않는다”(2일)고 푸념했었다.

여권에선 “김 의장이 그날 민주당 지도부에 ‘직권상정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나라당 출신인 김 의장이 한번은 도와줄 것이라고 믿었던 한나라당에선 그 무렵부터 “의장 생각을 모르겠다’는 말이 나왔다. 급기야 홍 원내대표가 4일 “의장하고 민주당하고 같이 짜고 치는데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 일도 있다.

김 의장의 ‘워룸(war room·전시작전본부)’은 국회도서관 열람실이었다. 의장실 점거로 오갈 데가 없어진 그는 그곳을 사무실로 썼다. 수시로 국회 상황을 보고받고, 손님도 만났다고 한다. 그 기간 중 권영진·이한성·조원진·현경병 등 한나라당의 초선 의원 10명과 회동하기도 했다. 현 의원은 “의장을 위로하자는 차원의 만남이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본회의장에 들어간 건 민주당의 발표와 달리 지난해 12월 25일이 아닌 24일이었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문방위에 머물고 있던 이종걸·이춘석 의원에게 ‘잠입’을 지시했다. 바나나 4개와 옥수수차 등이 든 배낭을 주면서였다고 한다. 두 의원은 24시간 동안 암흑 같은 본회의장을 지켰다. 다음 날 김재균·신학용 의원이 교대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진입 루트도 이윤성 부의장실 쪽 입구가 아닌 문 부의장 쪽이었다. 당시 국회 사무처는 “몰래 따고 들어갔다”며 경찰에 요청, 지문 감식을 했었다. 결과적으론 엉뚱한 문을 조사한 셈이었다. 실제 감식한 문에선 국회 출입기자들의 지문만 무더기로 나왔다고 한다.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가 무산될 뻔한 일도 있었다. 26일 오전 7시쯤 본회의장이 밝아졌을 때였다. 조명 공사 인부가 작업을 위해 불을 켠 것이다. 김재균 의원은 “다 들켰다”고 망연자실했으나 신학용 의원이 재빨리 기표소 안으로 잡아 끌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그 안에서 100분을 버텼다.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은 것도 있다. 본회의장 문을 누가 열어 두었느냐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두 의원이 들어갈 때 출입구는 이미 밀면 열리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성탄절 산타클로스가 안내해준 길로 들어갔다”고 말하고 있다.

고정애·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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