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173㎝ ‘땅꼬마’ 이현민, 가장 높이 날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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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현민(左)이 KT&G 김일두의 수비를 뚫고 슛을 시도하고 있다. 이현민은 이날 팀 최다인 24점을 넣으며 맹활약했다. [창원=연합뉴스]

LG가 7일 창원에서 KT&G를 88-82로 눌렀다. 4일 모비스에 쓰라린 역전패의 맛을 봤던 LG는 사흘 만에 KT&G에 역전승으로 화풀이했다. LG는 15승13패, 공동 4위로 올라갔다. KT&G도 똑같이 15승13패다.

두 팀은 1, 2라운드에서 버저비터에 울었다. 1라운드에서 LG는 챈들러의 버저비터 3점슛에 84-86으로 역전패하며 울었고, 2라운드에서는 KT&G가 상대 이지운의 3점슛 버저비터에 맞아 86-87로 고개를 숙였다.

경기 양상은 그때와 비슷하게 흘러갔다. 4쿼터 후반 76-76, 78-78로 엎치락뒤치락했다. LG는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엄청난 슛 성공률을 자랑하는 KT&G의 챈들러를 막아야 했다. 대인 방어를 하면 챈들러는 LG 외국인 선수를 끌고 나와 3점슛을 던진다. 슛이 실패할 가능성도 있지만 LG의 외국인 선수도 바깥으로 나와 있어 리바운드에서 유리하다. 지역방어를 하면 챈들러는 작은 가드들을 앞에 두고 손쉬운 3점슛을 던진다.

LG 강을준 감독은 작전타임을 불러 지역방어를 지시했다. 그리고 가드들에게 챈들러의 3점슛을 막으라고 지시했다. 이현민이 챈들러의 몸에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었다. 키가 1m73㎝로 프로농구에서 가장 작은 이현민은 1m97㎝의 챈들러 가슴에 얼굴을 완전히 박고 수비했다.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였지만 귀찮은 듯 챈들러는 짜증을 냈다. 3점슛을 던지지 못하고 골대로 드리블하다가 부정확한 슛을 던졌다.

강을준 감독은 “챈들러는 조그마한 공간만 있어도 3점슛을 넣는 선수인데 현민이가 찰싹 달라붙어 효과적인 수비를 했다. 챈들러가 던져 안 들어가면 리바운드는 우리가 유리하고 그것이 승인이었다”고 말했다.

이현민은 공격에서도 최고였다. 팀 최다인 24득점에 3어시스트·2스틸·2리바운드를 했고 승부처인 4쿼터에 9득점을 몰아쳤다. 가드인 이현민은 어시스트보다는 전문 슈터로 바뀌고 있다. 그는 “패스하다가 실수하느니 차라리 슛 쏘는 게 낫다”면서 “어시스트를 하든 득점을 하든 이기면 된다”고 말했다. LG 아이반 존슨도 승리에 힘을 보탰다. 존슨은 6세 연상의 여자 친구가 미국에서 찾아 온 이후 최근 2경기에서 부진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활약했다.

존슨은 76-78로 뒤진 종료 2분40초 전 동료 크럼프가 놓친 슛을 잡아내 덩크슛을 성공시켰다. 동점슛을 기록한 존슨은 KT&G의 공격 때 리바운드를 잡더니 곧이어 다시 골밑슛으로 역전 득점까지 성공했다. 이 득점은 결승골이 됐다. 존슨은 총 20점을 기록했다.

KT&G 주희정은 17득점에 14어시스트·7리바운드로 맹활약했으나 팀 패배로 빛을 잃었다. 마퀸 챈들러는 27득점을 했다.

한편 잠실에서 SK는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모비스를 98-93으로 이기고 4연패에서 벗어났다.

방성윤이 부상으로 빠진 SK는 끈끈한 수비와 주전들의 고른 득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SK 김민수는 18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모비스는 4쿼터 종료 직전 김효범이 자유투를 의도적으로 실패한 뒤 튄 공을 잡아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김효범은 1차 연장에서도 먼 거리 3점슛을 깨끗하게 꽂아 넣는 등 이날 총 20점을 넣으며 활약했다. 하지만 모비스는 함지훈이 2차 연장에서 두 차례 결정적인 실책을 범하며 주저앉고 말았다.  

창원=성호준 기자,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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