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슛 18개 "애만 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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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반 중반 터키 문전 깊숙이 크로스된 공을 터키의 골키퍼 뤼슈튀가 쳐내고 있다. 경기는 친선 평가전답지 않은 거친 플레이가 계속되면서 옐로카드가 속출했다. 오종택 기자

한국이 2년 만에 열린 터키와의 리턴매치에서 설욕에 실패했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2002 한.일 월드컵 2주년을 맞아 2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터키와의 친선평가전 1차전에서 전반 하칸 슈퀴르에게 내준 결승골을 만회하지 못하고 0-1로 졌다.

터키와의 역대전적에서 1무4패를 기록한 한국은 5일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2차전을 치른다.

'형제의 나라'끼리 치른 친선경기였지만 양팀이 처한 상황은 급박했다.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의 부진을 벗어야 하는 한국, 유럽축구선수권(유로2004) 예선탈락을 만회해야 하는 터키 모두에게 승리는 중요했다.

한국은 전반 3분과 8분 조병국이 헤딩슛을 날렸으나 조금씩 골문을 빗겨갔다. 한국의 초반 공세를 벗어난 터키의 반격이 시작됐고, 2년 전 월드컵 3-4위전 당시 선제골의 주인공인 하칸 슈퀴르가 또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터뜨렸다. 전반 21분 오칸 부르크가 한국 진영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전방을 향해 긴 로빙패스를 올렸다. 수비수 앞에 서있던 하칸이 재빨리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들어간 뒤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한국은 공수에서 전반적으로 부조화를 드러냈다. 박성화 감독 대행은 전반에 자신이 즐겨 쓰는 포백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조병국과 최진철이 중앙 수비를 맡았다. 그러나 조병국은 스피드가 떨어져 불안했고, 최진철은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오른쪽 사이드백에 익숙한 선수였다. 그러다 보니 호흡이 맞지 않았고, 그 사이를 하칸이 뚫으며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한국은 후반에 포메이션을 3-5-2로 바꾸고 김치곤을 수비로, 양 윙백 송종국과 김동진을 미드필드로 올렸다. 부진했던 김남일을 빼고 김두현을 투입했고, 최성국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수비진과 미드필드가 안정되면서 주도권을 찾아왔지만 공격진의 약속된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은 후반에만 13개 등 모두 18개의 슛을 날렸으나 단 하나의 골도 성공하지 못했다.

박성화 감독대행은 "만족스러운 경기를 못해 죄송하다. 프로리그 중이라 선수들의 피곤이 역력했지만 후반전에 젊은 선수들이 들어가 다소 나아졌다"고 자평했다. 에르순 야날 터키 감독은 "한국은 수비가 약했다. 앞으로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정영재.장혜수 기자<hschang@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 옐로카드 7명, 거친 경기 눈살

○…이날 양 팀은 '형제국의 친선경기'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거친 경기로 일관, 축구팬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양 팀 합쳐 무려 7장의 옐로카드(경고)가 난무했으며, 후반 19분에는 주먹다짐 일보 직전까지 가 2분간 경기가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올해 열린 국제경기 중 처음으로 5만명이 넘는 관중(5만1185명)이 들어찼다. 5만여 관중은 2년 전 월드컵 당시의 응원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경기에서의 잇따른 부진과 감독 영입을 둘러싼 축구협회의 실망스러운 대처 때문인지 분위기는 월드컵 당시의 열기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한편 경기장 오른쪽 골대 뒤에는 500여명의 터키 응원단이 흰색 터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국기를 흔들며 열렬히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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