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대, 그 이상의 교육 콘텐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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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가 골프황제가 될 수 있었던 건 어릴 때(4세)부터 골프와 자연스레 친해졌기때문입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예요. 억지로 시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즐기도록 해야 글로벌영재, 지구촌 1%로 우뚝 설 수 있습니다.” 펀스테이션(Fun Station)이 대한민국 사교육의획일화된 패러다임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목표부터 사뭇 다르다. 아이들에게 배움의 미각을 일깨워 잠재된 ‘끼’를 찾아 꽃피워 주겠다는 것. 그 도전의 중심에 김용석(43)대표가 있다. 언론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를 어렵사리 만났다. 영화 제작자에서 교육사업가로 변신한 7년간의 역정이 영화보다 드라마틱하다.

분당구 수내동에 위치한 펀스테이션. 총 800억원을 투자, 지하 3층·지상 6층 규모로 지어지는 국내 최대의 블록버스터급 실내 놀이·교육시설이다. 김 대표는 “한국의 아이들은 우수하지만 주변 환경과 교육여건이 받쳐주지 못해 세계를 움직이는 1%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펀스테이션이 해답을 제시하려 한다”며 “어려서부터 틀에 박힌 학습만을 고집하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8가지 지능 균형발달이 중요
펀스테이션은 미국의 실내 놀이공원인 펀스테이션 시스템에 하버드대 하워드 가드너 박사의 다중지능 이론을 접목해 이상적인 유아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다중지능 이론은 ‘사람은 언어적·논리적·공간적 지능 등 8가지 지능을 갖고 태어나는데 각 지능은 서로 교류하며 작용할 뿐 아니라 적절한 교육을 통해 균형있게 발달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편식하지 않고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논리와 흡사하다.
“아이들에겐 다양한 경험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고 가장 많은 교육서비스를 받고 자란 우리 아이들이 세계 무대에서 여전히 입지가 좁은 건 어른들의 책임이죠.” 펀스테이션 안에는 8가지 지능 개발 프로그램이 모두 존재한다.
아이들이 각 과정에 참여하면서 지능을 개발하고, 전문 코디네이터가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 집중관리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는 “아이의 잠재능력은 쉽게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며 “학부모와 교사를 포함한 전문가가 합심해 아이의 흥미와 적성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놀면서 공부는 무슨? 그러나…
김 대표가 다중지능 이론에 관심을 갖게 된 첫번째 계기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 유학 당시, 4살과 5살짜리 조카들을 데리고 스키장에 간 적이 있었다. 고가의 스키스쿨이었으나 오전 내내 스키장비는 주지 않았다. 리프트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눈밭을 뒹굴고 뛰어다니며 장난 치는게 전부였다.
“오후가 되어서야 스키를 가르치더군요. 처음엔 ‘저렇게 해서 얼마나 실력이 늘까’ 의구심을 가졌죠.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설마 했는데 얼마 안가조카들이 스키를 타고 슬로프를 그럴듯하게 질주해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그때 ‘스스로 즐기는 교육’의
효과를 체감했다. 오전 강습은 눈과 친해지도록 하는 매우 의미 있는 시간임을 깨달았다.
 두번째 계기는 자신의 아들(당시 3세)과 함께 들렀던 동네 놀이학교에서의 체험. “처음 입학상담을 하러 갔는 데 놀이시설이 눈에 띄자 아들이 어찌나 좋아하던지. 묻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무조건 다니겠다고 하더군요.” 김 대표는 그때 아이들을 위한 즐거운 배움터를 만들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그는 크게 주목받았던 학생은 아니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당시 줄서기와 제비뽑기로 들어갔던 수원 소화초교. 바늘구멍 만큼 들어가기 어려웠던 학교로 방과 후 수업까지 해야했다. 처음 들어간 바이올린 반에서는 한달동안 활은 안주고 턱에 대고만 있는 것이 수업내용이었다. 성격이 활달했던 그는 중도에 반을 바꿔 탁구반으로 이동했다. 그의 운동실력이 진가를 발휘했다. 발군의 실력으로 학교대표에 뽑혀 전국대회
에 단골로 참가했다. 그가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이유는 이러한 경험에서 비롯한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라
아이들이 배움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교육을 받는 것, 김 대표가 지향하는 펀스테이션의 역할이다. 그는 글로벌 리더의 자질로 영재성도 필요하지만 음악을 몸으로 느끼고 스포츠를 즐길 줄 아는 등 다양성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 그는 부모들에게 눈높이를 낮춰줄 것을 당부했다. 골프는 박세리, 수영은 박태환만 바라봐서는 자신의 속을 끓일 뿐만 아니라 자식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 펀스테이션은‘내가 하고 싶은 것은 내가 정한다’를 모토로 아이와 엄마의 상담 창구를 시스템화하고, 아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엄마의 목소리를 귀 담아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광역시 또는 신도시를 중심으로 빠르면 2011년 펀스테이션 2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그가 다음에 정차할‘즐거운 정거장’은 어디일까.

프리미엄 박진용·라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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