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날기획시리즈>下. 과학 百年大計가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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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 59년 옛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호를 발사,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이른바'스푸트니크 쇼크'다.상처받은 미국 대통령 케네디는 이에 맞대응해 아폴로계획을 직접 주도하며'과학 미국'의 자존심을

되살려냈다.지난 79년 고(故)박정희(朴正熙)대통령은 주변국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국산 유도탄 개발을 강행했다.

박정희.케네디.흐루시초프.정치행태는 달랐어도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만큼은 일치했다.

“정말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는 지도자라면 과학기술 분야는 직접 챙겨야 한다.”국산유도탄 개발 당시 책임자중 한사람이었던 이경서(李京瑞.현 국제화재해상 부회장)박사는“朴대통령이 없었다면 유도탄 개발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한국과총이 최근 과학기술자 1천3백명에게'과학기술 발달에 가장 많이 기여한 정부'를 물었을 때 78.2%가 박정희 정부를 꼽았다.다음으로 김영삼(14.5).전두환(4.4).노태우(1.4),기타 장면.이승만 정부 등을 압도하는 수치다.

과학기술자들은“과기분야를 외면하는 대통령은 십중팔구 인기를 의식해 단기 전시효과에만 급급한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한국화학연구소 이서봉(李瑞鳳)소장은“과학기술력은 국력과 정비례한다”며“국가지도자는 장기적 안목에서 과학기술에 과감

히 투자해야한다”고 주문한다.

최근 스위스 IMD의 조사는 이런 면에서 시사적이다.이 조사는 국가별 과학기술력을 미국.일본.독일.스위스.프랑스의 순으로 밝히고 있다.우리나라는 20위.

같은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고위관료들의 과학기술마인드 부재를 신랄히 꼬집고 있다.국책연구소의 한 고참 연구원은“연구예산이 부처마다 나눠먹기식으로 분배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연구개발 마스터플랜을 짜야할 과기처가 통산부나 국방부

등'힘있는'부처에 눌려 제대로 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예컨대 반도체 장비나 섬유기계등의 경우 핵심장비의 90% 이상을 수입하면서도 정부가 국산화 노력을 주도하지 않고 있다.고급 정밀기계류의 경우 최소 5년이상의 개발노력이 필요한데 관련부처에서는 길어야 2~3년 안에 효과를 볼 수 있는 '피라미급' 기술에만 예산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단견주의는 일선 연구실의 분위기마저 흐려놓고 있다.한국과학기술원 박윤식(朴潤植)연구처장은“확고한 목표가 없다보니 여기 찔끔 저기 찔끔 각 부처의 주장대로 돈이 흘러나간다”고 지적했다.구호로만'과학기술'을 외칠게 아니라 국가장래를 위해 지도자나 고위관료가 진짜 되새겨 들어야할 대목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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