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함성 새기며 병상 37년 - 4.19 부상 6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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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그날의 함성이 아직도 귀에 생생합니다.쿠데타를 일으킨 범죄자를 사면한다면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피땀 흘린 동지들을 욕되게 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19일은 민주주의의 함성이 전국에 메아리쳤던 4.19혁명 37주년.

당시 시위에 참가했다가 붙잡혀 척추를 다친뒤 아직도 병상신세를 지고있는 강달규(姜達圭.55.서울양천구신정동)씨는 12.12및 5.18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사면은 다시 전국민의 격렬한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60년 경남공고 3학년에 재학중이던 姜씨는 동료들과 함께 부산 서면로터리 부근에서 벌어진 시위에 참가했다.시위 주모자로 몰린 姜씨는 두개골이 부서진채 경찰에 끌려가 척추골절상을 당하도록 고문을 받고 풀려났다.

姜씨는 고문 후유증으로 1백도 걷기 힘들만큼 몸이 불편해 학업마저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평생 불구나 다름없는 몸으로 살아왔어요.진통제를 맞는등 후유증을 치료하느라 유산도 다 날려버렸습니다.꽃다운 청춘을 바쳐 쟁취한 민주주의인데 헌정사를 왜곡시킨 쿠데타의 주역들을 풀어줘서는 안됩니다.”

姜씨는 군사정권 치하에서는 국가유공자 혜택을 받지 못하다 문민정부 출범후인 94년3월 행정심판끝에 유공자로 분류돼 국립보훈병원에서 의료혜택을 받고 있다.

94년부터 정부가 주는 연금 54만원에다 최근 큰딸(27)이 직장에 나가 집안살림은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姜씨는 아직도 파출부 일을 나가는 아내 보기가 민망하다.

현재 姜씨가 입원중인 서울강동구둔촌동 보훈병원에는 4.19혁명 당시 부상해 평생을 신음해온 6명의 환자가 입원 치료중이다. 〈장동환.심재우 기자〉

<사진설명>

오늘 4.19 37주기

4.19혁명 37주년을 하루 앞둔 18일 오후 수유리 4.19국립묘지를 찾은 한

노모가 아들의 묘비를 쓰다듬으며 아물지 않은 상처를 달래고 있다. 〈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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