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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달러·경상수지 악재 사라져…“돈 풀고 힘 합치면 위기가 기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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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뉴스분석“우리 기업들의 기초체력은 탄탄하다. 희망이 있다.”(딜로이트 컨설팅 김경준 부사장)

“한국은 인적자원이 우수하다. 가장 빨리 회복되는 나라가 될 수 있다.”(서울대 경영대 최종학 교수)

2009년 한국 경제는 최악의 여건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숨어 있는 희망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기업·국민이 똘똘 뭉쳐 희망의 불씨를 살려 나가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지난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외부 악재가 꽤 사라졌다. 우선 기름값이 대폭 떨어졌다. 지난해 7월 배럴당 140.7달러(두바이유 기준)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요즘 배럴당 36.45달러까지 내렸다. 전문기관들은 올해 연중 기름값이 배럴당 50~60달러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의 연간 원유 도입량이 9억 배럴이므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싸지면 경상수지가 90억 달러 개선된다.

외환시장 사정도 한결 나아졌다. 미국·일본·중국과 총 9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체결로 삼중의 안전망을 마련했다. 경상수지도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속 흑자를 냈다. 올해 정부는 100억 달러 이상, 한국은행은 22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한다.

수출이 주는 데 비해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 생기는 ‘축소형 흑자’이긴 하지만, 이 정도 흑자가 쌓이면 외환이 바닥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물가도 지난해에 비해선 안정될 전망이다. 연구기관들은 대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3% 정도로 본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7%였다.

엔화와 위안화 강세도 우리의 수출엔 호기다. 지식경제부 김종호 무역진흥과장은 “최근 중국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면서 “중국 내수시장 점유율을 넓힐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우리 기업들은 외환위기를 겪어내면서 몸집이 가벼워지고 경쟁력이 높아졌다.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상장기업들은 71조원의 현금성 자산이 있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우리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군살을 줄여 위기 대응력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감세와 재정 지출이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집행되면 꽉 막힌 경제의 물꼬가 트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효과적인 대책이 추가로 더해지면 위기 극복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과감하게 돈을 쓰되, 민간 부문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시장 친화적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정부가 직접 고용 창출에 나서기보다 민간 기업이 고용을 많이 할 수 있도록 고용장려금을 대폭 늘리 라는 것이다.

이상렬·최현철 기자

◆PER(Price-Earning Ratio)=주가수익비율. 한 기업의 현재 주가를 주당 순이익과 비교했을 때 몇 배나 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기업의 현재 주가가 적정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PER이 시장 평균보다 낮으면 그 주식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만약 한 나라의 PER이 낮다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 그 나라 기업의 주가 수준이 저평가돼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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