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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유엔 기후변화특사 공동기고

‘그린뉴딜’ 이 위기 극복의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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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요즘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국제 금융위기일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알아야 할 게 있다.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아무리 많은 돈이 든다 하더라도, 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을 지연함으로써 초래하게 될 피해에 비하면 소액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인류가 현명하게만 대처한다면 금융과 환경이라는 두 위기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다. 앞으로 수년간 이어질 기후변화 관련 국제회의는 세계경제를 보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며 수익성 높은 방식으로 되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금융은 물론 식량과 에너지 등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위기는 많다. 묘하게도 위기의 뿌리는 같다. 인간이나 개별 국가들이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인 이해타산만 따져 행동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인류 공동의 가치나 이익이 외면당해 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화석연료다. 단숨에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화석연료를 고집하는 것은 지속 불가능하고 불평등한 미래의 삶을 위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저당 잡히는 꼴이다. 인류의 최대 위기는 현재 방식대로 계속 살아가길 고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경제 질서를 재편하고, 지구를 살리면서 인류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까.

해답은 기후변화를 진지하게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는 데 있다. 정말 그럴 때가 됐다. 금융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기후변화에 대처해야 한다. 세계 지도자들은 올 12월 코펜하겐에 모여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 조문을 만들어 낼 예정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좀 더 서둘러 협력한다면 세계경제라는 배가 덜 요동치는 바다를 항해해 안전한 항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 공동의 미래를 위해 가장 좋은 투자는 녹색·저이산화탄소 경제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그것은 엄청난 번영과 잠재적 이익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든 나라가 수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돼야 가능하다. 우리는 온실가스 방출량 감축, 재정기반 확보, 기술 이전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다.

이미 브라질·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 등은 더 많은 녹색지대를 만들고 탄소는 더 적게 쓰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재생 에너지와 친환경 차량에 대한 투자도 시작하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녹색 지구는 선택이 아니라 경제를 살리고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핵심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586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중국은 그중 약 25%를 환경보호와 재생에너지 투자에 쏟아붓기로 했다. 이 결정은 중국의 경제 개발을 보다 환경 친화적으로 만들 것이다. 미국도 근본적인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우리의 안전을 강화하고 수백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기후변화 문제에 관한 미국 지도력의 새 장을 열 것”이라고 선언했다. 경기 부양과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등의 이슈를 결합하면서 오바마는 녹색 뉴딜 정책의 혜택을 분명하게 언급했다. 우리는 글로벌 녹색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미국의 지도력을 기대한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다른 많은 나라가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대로 기후변화는 환경과 관련한 최대 이슈다. 기후변화는 에너지와 금융, 안보와 직결돼 있는 사안이다. 우리는 세계 지도자들이 코펜하겐 회의에서 장기 비전을 공유하고, 이를 함께 추구해 나가길 기대한다.

금융위기 극복의 핵심은 국제협력이다. 기후변화 문제에서 국제협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 모두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선택인 ‘그린 경제’에 투자해야만 한다.

그로 할렘 브룬틀란트 전 노르웨이 총리
리카르도 라고스 전 칠레 대통령
페추스 모개 전 보츠와나 대통령
스르잔 케림 전 유엔총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