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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모험기업>5. 건인 (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서울가락동 건인빌딩 2층 5평규모의 건인 사장실.이곳에 들어서면 책상 위에 놓여있는 큼지막한 금색빛깔 지구본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건인의 활동무대는 세계라는 뜻입니다.”

이 방의 주인 변대규(卞大圭.37)사장은 이제 사업의 재미를 한껏 느낀다는 표정으로 잘 보이는 곳에 지구의를 놓아두고 있는 의미를 설명했다.지난 89년 창업한 건인 창업멤버는 서울대 제어계측학과 출신의 석.박사 6명.기술에 자신있

는데다 연구실에서 이미 각종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무서운 아이들'이었다.

“시작만 하면 모든게 척척 잘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자존심은 머지않아 무너져 내렸다.첫 작품 특수카메라를 이용한 정밀계측기와 영상자막 편집시스템은 대단한 기술이라는 찬사를 들었다.하지만 이 제품은 시장성이 큰 제품이 아니었다.“벤처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무엇을 할

것인가'를 잘 결정해야 하는데 저희는 완전히 빗나갔습니다.”철저한 시장조사 없이 무턱대고 덤벼든데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 것이다.

다행히 기술만은 자신있어 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받았고 이를 토대로 자금을 지원받아 회사가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는 않았다.

92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치밀하게 시장을 분석했다.경영마인드도 많이 깨우쳤다.아이템을 디지털가전으로 정하고 모든 힘을 집중시켰다.이렇게 해서 만든 제품이 디지털 영상가요 반주시스템.당시 노래방붐을 타고 시장은 이미 선발업체가

상당히 장악한 상태였다.

하지만 건인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정용시장을 파고들었다.업소용이 수천만원대 이상이었는데 비해 가정용으로 개발한 제품은 50만원대.당연히 가정시장을 폭발적으로 일으키면서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는 빅 히트를 기록했다.

자신감을 얻은 건인은 이번에는 디지털위성방송수신기 개발에 뛰어들었다.세계적으로 소니.필립스같은 전문업체 몇개만이 참여하겠다고 나선 미개척분야다.

95년 3월부터 1년6개월간 전 연구진이 밤낮으로 매달렸다.당시 매출액의 25%가 넘는 25억원 이상이 투자됐다.그래서 탄생한 옥동자는 지난해 9월 세상에 나오자마자 소니.필립스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시아에서 처음 개발한 것이라고 하더군요.바로 수출에 들어갔습니다.이탈리아.베네룩스 3국등 유럽과 호주.중동지역.태국.인도등에 물건이 나갔습니다.”

지난해 수출액은 1백억원.올해 목표는 3백억원 이상.디지털위성방송수신기는 이제 초기시장 단계에 접어든 제품.건인은 이제 세계시장의 강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출발선에 똑같이 섰다.건인에는 종업원 관리규정이 없다.출.퇴근카드와 인사

카드도 없다.

대신 팀장은 팀원과 월1회 반드시 면담하고 그 기록을 인사카드로 대신한다.팀장 역시 사장과 월1회 면담해 문제점을 상의한다.그러면서 구성원의 신상을 파악하고 장점을 살린다.그래서 스톡옵션제를 실시했고 이달중 장외시장에 등록할 예정.

기술분야에서는 제품 개발부터 시장 진입에 이르기까지 6개월 안에 끝낸다는'6MTM(Month To Market)'원칙을 세워놓고 있다.세계 초우량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술순발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이제는 자신있게 달릴 수 있게 됐습니다.” 방향을 확실히 잡은 卞사장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 배어 있었다.

〈김종윤 기자〉

<건인 개요>

◇대표자=변대규(卞大圭.37)▶서울대 제어계측학과▶서울대 제어계측학과 박사▶㈜건인 대표이사▶㈜건인텔레콤 대표이사

◇주소

본사=서울시송파구가락동120 건인빌딩

공장=경기도수원시팔달구원천동332의2 팩토리월드 1009호

◇전화번호

본사=02-405-2800,공장=0331-214-8378

◇직원수=1백1명(연구원 50명)

◇사내전문가

김종일(37)연구소장=연구소총괄▶서울대 제어계측학과 박사

최한홍(35)부장=연구소 소프트웨어팀장▶서울대 제어계측학과 석사및 박사과정 수료

김종욱(33)차장=연구소 하드웨어팀장▶서울대 제어계측학과▶한국과학기술원 전자공학 박사▶대우통신연구소

박 철(36)차장=기획관리팀장▶서울대 국제경제학과▶제일증권 채권부

김영기(34)과장=연구소 하드웨어팀▶경북대 전자공학과▶삼성항공 연구소

박형배(33)과장=연구소 소프트웨어팀▶인하대 전자공학과 석사

강중용(32)과장=연구소 하드웨어팀▶서울대 제어계측학과 석사

◇주력제품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SAT 500'▶비디오CD 반주기'비디오CD 6500'▶'비디오 CD팩 2.0'▶'비디오 CD롬 드라이브'▶'외장형 비디오CD롬 드라이브'▶가정용 CD반주기'휴맥스'

<사진설명>

'디지털 가전'이라는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건인의 변대규 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연구원들과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 개발에 관해 협의하고 있다. 〈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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