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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세 도입 오히려 유리한 조치 - 현대환경연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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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석유.석탄.가스등 화석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세금을 물리는 탄소세 도입이 일반의 예상과 달리 오히려 우리나라에 유리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90년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 의무를 지는 것과 함께 탄소세 도입이 현안인 시점에서 이같은 주장이 나온 것.

지금까지 국내 학계등에서는 90년 수준으로 이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할 경우 극단적으로 말하면 90년 이후 늘어난 산업시설중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는 시설은 모두 가동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 일반적이었다.현대환경연구원 우석훈(禹晳熏)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국제협약과 탄소세에 관한 문제'라는 논문에서 전세계적으로 같은 비율의 탄소세를 적용하고 에너지 사용효율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다면 탄소세 도입은 오히려 유리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지구의 온난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관한 기본내용을 규정한'기후변화에 관한 유엔기본협약'에 93년 12월 가입했으며 이 협약은 이산화탄소 발생을 집중적으로 규제하고 있다.지구 온난화 요소중 60%를 이산화탄소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협약이 94년 3월부터 발효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관련된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됐다.

여기에 98년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재협상에서 탄소세 도입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탄소세 도입이 확정되면 협약 가입국인 우리나라도 반드시 탄소세를 도입해야 한다.

탄소세가 도입되면 사업현장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를 석유로 환산한 수치(석유환산톤.TOE)를 기준삼아 별도의 세금이 부과된다.화력발전으로 일으킨 전기를 연료로 사용한 경우도 탄소세 부과대상에서 예외가 안되는 것이다.

禹박사는 전기로를 사용하는 인천제철을 대상으로 추정해 본 결과 석유환산톤 1에 대한 탄소세가 8달러 이상 될 경우 독일이나 미국보다 나은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 비중은 높은 반면 화석원료를 사용하는 화력발전 비율이 낮아 탄소세액이 높을수록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지난해말 현재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의 비중은 시간당 7백39억2천4백만㎾로 전체 발전량 2천54억9천4백만㎾의 36%를 차지하고 있다.이는 원자력발전의 비중이 76.14%인 프랑스보다 훨씬 낮지만 33.40%인 일본과는 비슷하며 독

일 29.09%,미국 22.49%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禹박사는 이 논문에서“원자력발전이 화력발전에 비해 환경적으로 유리한가는 별개로 치고 원자력발전 비중이 높아지면 그만큼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줄어들어 탄소세를 도입해도 영향을 덜 받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철강업등 몇몇 산업부문은 탄소세 도입이 오히려 세계적인 경쟁력 구도 재편 요소로 작용,우리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禹박사는“탄소세 도입에 따라 빚어질 국가간 산업 재편에 막연한 두려움만 갖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손을 놓고 있을 시간이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탄소세 도입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에너지 사용효율을 높이고,이산화탄소를 모아 처리하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도입하는 한편 녹지비율을 높이는등의 장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사진설명>

탄소세 도입이 우리나라에 전적으로 불리하다는 일반적 예상과 달리 철강등 일부 산업분야에서는 오히려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사진은 포항제철 전경.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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