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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찾아서>26. 이산 西禪寺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중국 선종 사찰들은 선방을 선당(禪堂),또는 선불장이라 한다.그리고 ‘선불장’이라는 현판 밑에는 흔히 붓글씨로 방온거사(740~808)의 화두 ‘심공급제(心空及第)’를 써 붙인다.

한국불교 선방에도 간혹 선불장(選佛場)이라는 글씨를 써 붙인다.선불장은 관리를 뽑는 과거장인 선관장(選官場)에 비유,부처를 선발하는 곳이란 뜻이다.

그 유래는 방온거사와 단하천연선사의 출가 일화에서 비롯됐다.각각 과거를 보러 가던중 우연히 동행이 된 두사람은 주막에서 한 행각승을 만났다. 세사람은 함께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중이 “선관장보다는 선불장으로 가서 부처가 되는게 몇백배 값진 일”이라고 하자 방온과 단하가 “부처는 어떻게 선발하느냐”고 물었다.

중은 찻상위의 찻잔을 위로 들어 올리고는 “알겠습니까”고 반문했다.두사람이 “그 높은 뜻을 이해할수 없습니다”고 하자 중은 강서(江西)에 가면 마조선사가 있는데 거기가 참다운 선불장이라고 일러 주었다.

두사람은 과거를 포기하고 그 길로 마조를 참문,방온은 마조문하의 재가승이 됐고 단하는 다시 석두희천선사를 참문한후 출가승이 됐다.

중이 주막에서 찻잔을 들어 올린 행동언어(Body Language)는 지금 우리가 여기서 무심히 차를 마시고 있는것처럼 성불만 하면 마음이 안정된 도인(道人)으로 살 수 있다는 암시였다.

방온은 마조 참문중 언하(言下)에 문득 깨치고 다음과 같은 개오(開悟)의 게송을 지었다.

사방에서 모여들어 (十方同一會)

함께 공부한다. (各各學無爲)

여기는 부처를 뽑는 곳 (此是選佛處)

마음을 비워 급제해 돌아간다. (心空及第歸)

‘심공급제’라는 화두는 방온의 이 오도송(悟道頌)에서부터 비롯됐다. 답사 사찰중 서선사(복건성 복주 이산)·보화사(강서성 공공산)·남태사(하남성 남악 형산)·옥천사(호북성 당양시)등이 선방에 ‘선불장’현판을 달고 있었다.

이산(怡山)장경선사(속칭 서선사)는 당대(唐代)선장 장경대안(793~883)과 장경혜릉선사(854~932)의 행화도량이었던 유명 선찰(禪刹)이다.현재는 동남아 화교불자들의 시주로 15층 67.5m의 대형 보은탑이 복원되는등 웅장한 사찰 규모를 갖춘 복주의 관광 명소다.

글=이은윤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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