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성 여부 가리기 초점 - 소환 의원 조사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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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태수 리스트'의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명단에 오른 정치인들이 한보로부터 돈받은 경위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중수부는 소환된 정치인들을 상대로 액수는 물론 돈받은 시기와 자금제공을 한보측에 강요했는지 여부등을 집중 추궁했다.

중수부는 일단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는 이들 정치인을 사법처리 하기가 불가능하다 보고 이들이 받은 돈이 뇌물에 해당되는지를 검토중이다.

검찰은 ▶돈을 받은 시기가 선거철이 아닌 국정감사 전.후거나▶평소 한보와 별 인연도 없는데 먼저 돈을 요구했거나▶국회 재경.통산위등 한보그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경우엔 뇌물죄로 처벌할 근거가 된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국민회의 김상현(金相賢)의원이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해 10월 한보철강 이용남(李龍男)사장으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것은 시기와 경위등을 살펴볼때 문제가 있다는게 검찰의 견해다.검찰은 또 자민련 김용환(金龍煥)의원의

경우 비록 1천만원 밖에 안되는 돈이지만 한보측에 당보 광고비 명목으로 돈을 먼저 요구했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金의원은 검찰소환전“수서사건 이후 한보라면 무조건 피했다”며 금품수수 사실을 일절 부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실무진이 돈을 중간에서 가로챈 사실이 드러나는등 예기치 않은 변수가 돌출하면서 정치인에 대한 검찰수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은 박승규(朴承圭)한보문화재단 이사장이 김용환의원에게 전달하라고 받은 5천만원중 1천만원만 전달하고 중간에 가로챈 사실을 밝혀냈다.정태수(鄭泰守)총회장은 이러한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金의원과의 대질신문에서도“5천만원을 줬다”고

끝까지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鄭총회장과 김종국(金鍾國)전재정본부장등 간부들의 진술을 통해 금품수수 혐의가 드러난 정치인 33명의 사실관계도 조사결과에 따라 밑그림과 크게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朴이사장의 경우처럼 鄭총회장은 돈이 간 것으로 알고 있지만 회사측 실무진이 가로챘을 수도 있고,정치인쪽도 본인 아닌 보좌관등 측근인사들이 받았을 경우 전달과정의 착오 가능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검찰 관계자들은 정치인들이

비서나 보좌관등을 내세워 금품수수를 부인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한편 검찰은 또다른 정태수 리스트가 있다는 이른바 +α설이 정치권을 진원지로 나돌자 내심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검찰이 공식발표한 33명이 넘는다는 설을 계속 퍼뜨리는 것은 정치권에서 검찰수사에 혼란을 주려는 의도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한 검찰 고위관계자는“공식발표 외에 다른 정치인 이름이 거명되는 것은 근거없는 악성루머로 수사를 왜곡시키기 위한 불순한 의도로 밖에 볼 수 없으며 정치권에서 어떤 말이 나오든 현재 드러난 33명에 대한 수사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 〈정철근 기자〉

<사진설명>

출두 금배지

신한국당 박종웅.박성범.나오연 의원과 민주당 이중재 의원(왼쪽위부터 시계방향)이 정태수리스트와 관련,12일 대검청사에 출두하고 있다. 〈변선구.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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