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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가족·친지에게 ‘감사의 마음’ “우린 상장으로 전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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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가족·친지에게 상장을=“지난 세월 온갖 역경 속에서도 저희를 건강하게 세워주시고…장수를 기도하며 이 감사장을 올립니다.” “한 해 동안 가족 클럽을 온 가족의 즐거움과 화합의 장으로 만드는 데 기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인 오금숙(54·경기도 분당)씨의 가족·친지들은 온라인 세상에선 늘 하나가 된다. 작고한 오씨의 시어머니 슬하 가족 3대가 모여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만든 클럽 ‘행복이 가득한 백세 할머니댁’이 모임 장소다.

해마다 연말연시면 이 온라인 사랑방은 시상식 열기로 뜨겁다. 클럽을 활성화하려고 애썼거나 경사를 맞은 친척에게 상장으로 격려와 축하를 해주기 위해서다. 매 연말 친지들의 의견을 모아 수상자를 선정한다.

아기자기한 상장도 만들어 새해 첫날 가족들이 모처럼 함께 모일 때 직접 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상을 떠난 백세 할머니의 장남 정진환(71) 할아버지가 장수 만세상을, 그래픽 아티스트로 사이트를 운영하고 꾸며 온 오씨의 조카 임선경(41)씨가 최고 기여상을 받았다.

올해 수상자도 정해졌다. 오 교사의 시누이인 정명자(64·경기도 용인) 주부다. 적지 않은 나이에 1년 넘게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워 요즘은 매일 클럽에 댓글을 달고 사진을 올리는 등 정성을 들인 정씨에게 가족들은 ‘새로운 도전상’을 주기로 했다. 오씨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사는 친지들도 많아 온라인 클럽이 사랑방 역할을 한다”며 “아무리 가까운 가족, 친지라도 애경사를 그냥 알아주는 것과 상장으로 직접 축하하는 것은 다른 것 같아 2006년부터 상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클럽에 자주 방문하고 많은 게시물을 올렸다며 두 차례 상장을 받은 오씨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들에게 받은 상장이어서 그런지 더욱 마음이 훈훈했다”고 말했다.

◆가족 신문·작은 선물로 한 해 마무리=중앙일보 최빛나 패밀리 리포터는 가족 신문을 만들었다. 첫 아이가 분유 광고 모델로 선정된 일, 연극배우로 일하는 남편의 활동 등 올해 두고두고 추억할 만한 특별한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씨는 “가족이 함께 모여 가족 신문에 넣을 만한 의미깊은 일을 추려내고 추억을 되새기는 것 자체가 즐거운 연말 이벤트였다”고 말했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가족 신문을 프린트해서 연하장을 겸해 전했다. 그는 “특별한 경사를 말로 자랑하기는 쑥스럽지만 신문 형식을 빌렸더니 과감하게 알릴 수 있었고 거부감도 적었다”며 “매년 만들면 먼 훗날 우리 가족의 역사가 될 것 같다”고 했다.

큼지막한 달력에 그때그때 자잘한 일상을 기록해온 김혜진 패밀리 리포터는 연말을 앞두고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달력을 들추며 한 해를 돌아봤다. 거실에 소파 대신 큰 책장을 들여 아이 서재로 만들어준 게 2월, 춘천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던 게 5월, 아이 아빠가 모처럼 솜씨를 보여 천연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주었던 게 7월이었다. 11월에는 부산을 찾아 모처럼 가족들이 해변을 거닐었다. 김씨는 “달력을 보니 한 해의 추억이 고스란히 떠올랐다”며 “새해에 이루고 싶은 일과 각오를 2009년 달력에 표시한 게 우리 가족의 연말 행사였다”고 밝혔다.

장현덕 패밀리 리포터는 가족과 주변의 지인들에게 ‘선물 공세’를 펼쳤다. 이런저런 인연을 맺은 이들, 고마운 사람들에게 e-메일이나 인사말로 넘어가기 미안했기 때문이다. 큰돈을 들인 것도 아니다. 발품을 팔아보니 의외로 저렴하면서도 분위기에 맞는 선물이 적지 않았다. 장씨가 고른 것은 남대문시장에서 개당 1000원 남짓 하는 눈사람 모양 수세미였다. 그는 딸과 함께 색종이를 접어 작은 포장지를 만들어 선물을 쌌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메모를 함께 넣어 지인들에게 전했다. 친지들을 위해선 장갑과 휴대전화 고리, 방울 모자도 샀다.

장씨는 “소박하지만 발품과 정성을 들인 선물에 감동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세상이 각박할수록 가족과 지인들에게는 따뜻한 마음을 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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