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식투자 비중 9%P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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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국민연금이 내년 주식투자 비중을 당초 계획보다 9%포인트 줄인다. 대신 채권은 7%포인트, 대체투자(사회간접자본·부동산 등)는 2%포인트 늘어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9일 제8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09년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의결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2009년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안을 6월 마련했으나 하반기 세계 경제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기금운용계획을 크게 수정했다.

변경안에 따르면 내년 주식의 목표비중은 당초 계획인 29.7%에서 20.6%로 낮아진다. 대신 채권 비중은 66.4%에서 73.4%로 크게 높아지고 대체투자의 비중도 3.9%에서 6%로 상향 조정된다. 이렇게 되면 내년 말 국민연금 총적립금 255조8000억원(시가 기준) 가운데 주식 부문에 52조5000억원, 채권 부문에 187조1000억원, 대체투자에 15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특히 해외 부문(주식·채권)에서 당초 계획은 15.4%에 달했으나 7.7%로 크게 줄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올 연말 현재 각 부문별 비중은 주식 14.2%(31조9000억원), 채권 81.4%(183조2000억원), 대체투자 4%(9조원)로 예상하고 있다.

이스란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내년에도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국민연금기금이 주식비중을 낮춰도 현재 매수 규모에서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며 “어차피 기금은 부문별 목표비중을 맞추려면 주가가 내리면 주식을 사고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야 되기 때문에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세력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입장 변화에 대해선 비판이 거셌다. 국민연금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채권 비중을 대폭 줄이고 주식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혔었다.

한 증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주식 비중을 줄인 것은 결국 채권을 더 사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 등과 더불어 채권을 사줄 세력으로 국민연금이 나섰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주식은 목표비중의 상하 5%포인트 범위에서, 채권은 상하 10%포인트 범위에서 재량껏 운용할 수 있어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창규·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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