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봅시다>축협.농협 쇠고기 자존심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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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축협과 농협이 직영하는 정육매장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다.값 싼 수입 쇠고기를 한우고기로 둔갑시켜 파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들 생산자 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매장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때문인지 축협과 농협 두 조합은 품질.가격면에서 서로“우리 고기가 좋다”며 한치의 양보도 없는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조합의 고기가 더 좋은 것일까.우선 가격면에서는 축협(서울성내동 시범판매장)보다 농협(서울양재동 하나로클럽)이 더 싼 것으로 나타났다.

축협은 2등급(1백 기준.5일 현재)의 경우 등심 2천7백원,양지.사태 각 1천6백원,우둔 1천3백50원을 받고 있다.반면에 회원제로 운영되는 농협은 같은 2등급 한우를 등심 2천5백원,양지.사태 각 1천4백원,우둔 1천3백원등에

팔고 있었다.농협이 축협보다 1백~2백원 정도 싼 가격이다.이같은 가격차이는 양측의 상이한 판매전략이 원인이다.

축협은 등급.부위별 구분을 철저히 지키고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즉석에서 정육을 만드는 전통적인 대면(對面)판매를 고수하고 있다.반면에 농협은 단일등급제와 진열식 판매를 도입해 매장 생산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축협측은“까다로운 소비자의 요구를 맞추려면 등급.부위별 세분과 주문형 대면판매가 필수적”이라며“똑같은 부위,똑같은 질이라면 축협이 더 값쌀뿐 아니라 같은 매장에서 최고급 고기와 일반 한우의 60% 가격인 정부수매육 한우까지 함께

판매하므로 가격 선택폭도 오히려 넓다”고 말했다.축협은 이를 위해 등급별로 별도의 쇼케이스를 두고 부위구분도 총 18단계로 세분화했다.

그러나 농협측은“실제 도축우중 1,2등급 비율은 30% 남짓이며 특히 1등급은 5% 내외에 불과해 등급구분의 실익이 별로 없다”며“단일등급제를 통해 매장 생산성을 높였으며 다른 농수산물과 함께 구매할 수 있는게 농협매장의 장점”이

라고 주장했다.

하나로클럽의 경우 이에따라 등급별 구분을 없애고 2등급 한우만을 취급하며 부위구분도 10단계 내외로 단순하다.현재 축협은 성내동.서초동.상계동등 주택가를 중심으로 수도권에만 8곳의 시범판매장을 두고 있는 반면 연회비 3천원의 회원

제인 농협 하나로클럽은 양재동.창동.인천등 3곳에만 있어 매장 접근성은 축협이 낫다.

그러나 축협이 축산물 전문편의점인 30여곳의 목우촌에서도 한우고기를 판매하고 있고 농협도 용산 농산물백화점.하나로마트.농협슈퍼등 수도권 1백30여곳의 매장에 정육코너를 두고 있는데다 양측 모두 유통 규모와 물량을 늘려가는 추세여서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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