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물쩍 답변.위증땐 중벌 - 한보 청문회와 다른 외국의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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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청문회의 생명은 철저한 진실 규명이다.그러나 7일부터 시작된 국내 한보청문회는 실망과 파행의 연속이다.거짓말과 불성실한 답변,질문자들의 사전준비 부족으로 청문회 자체가 오히려 비판대에 올랐다.미 의회의 청문회는 이런 점에서 우리의 귀감이다.집요한 추궁,치밀한 위증 견제장치,빈틈없는 진행등으로 진실을 들춰낸다.미 청문회를 비롯,주요국들의 청문회를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미국정치의 꽃인 의회 청문회의 으뜸과제는 철저한 사실규명이다.따라서

모든 노력이 어떻게 감춰진 진실을 이끌어 내느냐에 집중되고 그만큼

불성실한 답변이나 위증이 어렵다.

물론 청문회에 선 증언자들은 규정(수정헌법 5조)에 의해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증언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또 자기방어 차원에서 불성실하거나

어정쩡한 답변으로 때우려들 수 있다.

이 경우 실질적으로 증언자들의 입을 열게하는 장치로 활용되는 것이 제한적

면책특권 부여다.'특전'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형사사건에 있어 검찰과

피의자측간에 유죄시인을 전제로 처벌정도를 가볍게 해주는

사전양형(量刑)조절과 같은 개념이다.증언자는 이 제도에 따라 의회및 검찰당국과 사전협의,처벌을 경감받는 조건으로 진실을 밝히도록 유도된다.

워터게이트 사건때 사건 내막의 결정적인 단서를 지니고 있던 백악관

법률보좌관 존 딘의 입을 열게 하고 당시 백악관 헐데먼 비서실장과 존 미첼

법무장관의 구속을 이끌어낸 것도 이 제도였다. 또 87년 이란 콘트라

사건때도 존 포인덱

스터 안보보좌관과 올리버 노스 백악관 보좌관을 통해 레이건 대통령측의

비리를 밝혀냈다.

“모르겠다”거나“기억이 안난다”는 식의 어정쩡한 답변이나 자료제공

거부,인터뷰 요청을 거부하는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이들에 대해서는 청문회

위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강제소환장 발부나 의회모독죄로 기소할 수 있다.

의회모독죄는 위증 못지않게 중벌로 처벌이 가능해 증언자들을 압박하게

된다.최근 헤럴드 이키스 전백악관 비서실차장이 민주당 선거자금 모금에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다는 내부자료를 하원에 제출케 한 것도 바로

소환장 발부라는'무기

'를 활용한 결과였다.'겉핥기'청문회를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이뤄진다.청문회 사전준비를 위해 지정된 상.하원 위원회는 의회에서 배정한

특별예산을 갖고 조사관들을 구성한다.조사관에는 경험있는 수사관 혹은

전직검사등 외부전문가들이 고용된다.

73년 워터게이트 청문회때는 5개월여간 사전준비가 있었다.87년 이란

콘트라사건 청문회도 열리기전 준비에 4개월이 들었다.조사인원은 상원

64명,하원 43명등 1백명 가까운 요원이 투입됐고 4백50여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의회는 또 청문회에 앞서 정보공개법에 의거,행정당국이나 필요한 기관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이 정보공개법은 국가기밀에 저촉되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공식문건.비망록.메모지까지 공개하게돼 있어 자료제출 거부나

은폐를 불가능하게 한다.

청문회 기간도 매우 길어 초읽기에 쫓기는 듯한 부실 청문회를 막을 수

있다.워터게이트사건 청문회는 73~74년 9개월여간 열렸다.이란 콘트라 사건

청문회는 더욱 길어 86년11월~88년3월 15개월이 소요됐다.클린턴 대통령의

주지사 시절 비리관련 의혹을 다루는 화이트워터 청문회는 94년8월부터

시작,95년초에 일단 마무리됐으나 특별검사의 조사 여하에 따라 언제든지

재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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