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국가표준법 제정 경쟁력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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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나라의 무역적자가 급증하고 있다.특히 그중에서도 주로 기계류가 선진국제품에 대한 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그리하여 이제 우리나라의 지상과제는 중화학 공업제품의 고품질.고성능.고부가가치화 문제로 집약된다.

공산품의 생산은 우선 정확하게 길이.무게.재료의 성분등 기본적 사항을 측정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그리고 수만가지의 부품들이 많은 공장과 수백만명의 일손에 의해 제작되기 때문에 제품의 균질성과 품질유지를 위한 정밀측정 표준이 필수적인 것이 된다.

이 때문에 많은 국가는 미터 단위계를 비롯한 온갖 정밀측정 표준.표준데이터 정보.표준과학기술등을 전국에 보급하고,이를 수준 높게 준수하도록 주기적으로 점검하는'국가표준제도'를 확립,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상품이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게 된 첫째 원인은 이같은 우리나라의 국가표준제도가 낙후되고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1980년대에 일본의 우수 기술제품에 밀려 국내외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미국은

88년'종합무역및 기술경쟁력 강화법'을 제정해 최우선적으로 국가표준제도를 개혁했다.이를 바탕으로 제품의 질 향상에 주력함으로써 오늘날 강력한 경쟁력을 회복했다.벤츠 자동차로 대표되는 독일제품이 오랜 세계적 정평을 누리는 것도 1백년

이 넘는 긴 전통을 가진 독일의 국가표준제도가 독일제품의 질과 신뢰성 향상을 시종일관하게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다행히도 87년에 여야합의와 국민투표를 거쳐 제정한 현행 민주헌법 제127조 2항에'국가는 국가표준제도를 확립한다'는 세계 최초의 표준제도 조항을 명문화하는데 성공했다.국가표준제도는 온 국민의 각양각색 생산활동은 물론

일상생활.교통통신.건설.안전.환경.과학기술과 자주국방 분야등을 유기적으로 연계발전시켜 총체적으로 국력을 강화하는 산업문명의 기본제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가표준제도를 헌법의 취지와 국제적 추세에 따라 범국가적 기본제도로 발전시키지 않고,오히려 정반대로 90년대에 들어와 당치도 않은 중소기업청의 부수적 업무로 격하시켜 국가표준제도의 선진화를 저해함으로써 우리나라

문.물의 신뢰도 상실을 자초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자칫 산업체제 혁신의 시기를 놓쳐 3등국가로 추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차제에 여야는 다시 한번 합의를 통해 헌법에 의거,국가표준기본법을 제정함으로써 온 국민의 정성과 손길이 한결같이 우리나라 문.물의 국제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도록 조속히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김재관 <인천대 교수.기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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