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 만점에 평균 75점…남성보다 여성의 만족도 높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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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호 22면

“올해 당신의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몇 점입니까.”
취재팀은 한 해 동안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했다고 느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조사 결과 102명의 평균 행복지수는 75점이었다. 불황이 행복지수를 떨어뜨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민들의 마음은 “나는 행복하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당신의 행복을 점수로 매긴다면

이 중엔 자신만의 행복 기준을 만들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사람이 많았다. “내 일을 열심히만 한다면 자신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조규현(49)씨는 행복지수가 ‘90점’이라고 했다. “건강하니까 100점”이라는 70대 노인, “식당 주방에서 일하지만 내가 만든 음식을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서 100점”이라는 식당 종업원(유호녀·51·여)도 있었다.

여자들의 행복지수가 남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남자들은 돈에 가치를 두는 경우가 많았지만 여자들은 가족 또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찾고 있었다. 시청역 주변의 카페에서 만난 정해주(61·여)씨, 거리에서 좌판을 벌이고 있던 현음순(84·여)씨. 이들은 모두 스스로의 상황에 ‘100점’을 줬다. 인터뷰에 응한 시민들 가운데 최고령인 현씨는 “일제시대에 남편을 잃고 혼자 장사해 지금까지 5남매를 모두 키워냈다”며 “고생은 많았지만 올해 손녀 네 명이 모두 대학을 졸업해 행복하다”고 말했다.

며느리 두 명이 강릉 경포대에서 깜짝 파티를 열어 줘 행복해 했던 정씨는 “100점 만점이오? 사실 난 120점을 줘야 해요”라고 강조했다.남자들 가운데는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많아야 행복지수가 높아질 것”(J씨·37)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자연히 이들의 행복지수는 높지 않았다. 특히 상인들은 “경기가 나빠 장사가 안된다”며 대개 30~50점을 매기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심지어 행복지수로 ‘0’점을 준 사람도 한 명 있었다.

고소득 전문직으로 꼽히는 직종에 있는 사람의 행복지수가 오히려 평균 점수 이하인 것도 특징이었다. A변호사가 밝힌 자신의 행복지수는 60점. 그러나 관광버스 기사 이찬규(73)씨는 “비록 나이 들어 운전을 하지만 행복지수는 80점”이라고 했다. 물질적인 부와 행복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 것이다.

취재팀은 ‘행복’이란 말을 들었을 때 무엇이 생각나는지를 조사했다.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정의가 무엇인지 유추해 보기 위해서다.다양한 답변이 쏟아졌으나 역시 ‘가족’이라는 대답이 25명으로 가장 많았다. ‘웃음’이라고 답한 사람(10명)이 둘째로 많았다. 이준희(36)씨는 “행복하면 절로 웃음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셋째로 많은 답변이 나온 단어는 ‘사랑’(8명)이었다. 김지선(27·여)씨는 “행복이란 말을 들으면 ‘하트’ 모양이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행복은 사랑을 전파하는 바이러스 같은 것” 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어 ▶희망(6명) ▶평안(4명) ▶따뜻함(4명) ▶친구(3명) ▶만족(3명) 등의 단어가 빈도가 높은 편이었다.

“현실에선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게 행복”이라는 취지로 ‘구름’(3명)이란 답을 내놓은 응답자도 있었다. 또 가족들이 오순도순 있는 모습을 연상하며 ‘집’이라는 답을 한 사람이 2명, ‘즐거움’이 생각난다는 사람이 2명이었다.
이 밖에 ‘따뜻한 커피·미래·빛·자신감·여행·천국·기쁨·일·긍정·건강·종교·환상·크리스마스·꿈·남극·푸른 하늘’ 등의 다양한 연상어가 도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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