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프로에서도 출연자들을 배려하기보다 윽박지르는 독설형이 대세였다. ‘무릎팍 도사’ 강호동은 상대를 취조하듯 위압적으로 인터뷰했다. 그럼에도 세계적인 발레리나와 연주자, 유명 감독과 제작자, 원로 작가들이 색동옷 입은 도사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막말과 독설이라면 일가견 있는 김구라 등이 진행하는 ‘라디오스타’는 초대 손님을 제쳐놓고 MC들끼리 토크 배틀을 벌이는 데 주력했다. 게스트의 혼을 쏙 빼놓아 무례할 정도인데도 시청률은 쑥쑥 올랐다.
이런 독설의 인기는 모두, 포장된 권력의 이면을 보고 싶어 하는 대중심리 탓이다. 권위에 대한 부정, ‘매너’로 미화된 가식 대신 ‘맨 얼굴’을 보고 싶다는 심리가 작동했다. 독설의 힘은 인터넷에서 더욱 맹위를 떨쳤다. 독설로 무장한 인터넷 논객들이 속속 나왔다. 독설 과잉이 대화나 합의 도출보다, 일시적 카타르시스 효과에 그친다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였다.
독설의 반대말은 뭘까. 칭찬, 덕담, 주례사쯤 되겠다. 최근 젊은 문학평론가 조영일은 독설도, 비판도 없는 무풍지대 평단을 질타했다. 한국 문단의 고질병인 ‘주례사 비평’에 대한 문제 제기다. 황석영, 백낙청, 신경숙 등의 실명을 거론했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화려한 입담을 과시한 황석영에 대해 “수준 미달의 최근작이 이름값 덕에 찬사받는다” “국민작가의 월계관 뒤에 숨어 입담으로 승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조경란 소설 『혀』 표절 논란에 문단이 침묵한 것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문학의 위기란 비평의 위기다. 우리 문학사는 새로운 세대가 구세대를 비판하면서 흘러왔는데, 지금 젊은 비평가와 작가들은 기존 제도에 편입하려고만 한다. 젊은이들이 기존 문학 권력을 무시하고 움직여야, 한국 문학에 희망이 생긴다.”
김진석 인하대 교수도 최근 “(주례사 비평을 넘어) 지금은 ‘삐끼비평’이나 ‘광고비평’이 비판받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 해가 저무는 연말, 개인적으로야 독설보다 따뜻한 덕담 한마디가 그립지만 어디 평단이 그래서야 되겠는가. 모처럼 문단에 나온 독설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귀하게 느껴진다.
양성희 문화스포츠 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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