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지구인의 속물근성 풍자 - 5일 개봉 '화성침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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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지구인의 속물근성 풍자 5일 개봉 '화성침공'

고전적인 이야기 구성이나 감동만을 기대한다면 팀 버튼의'화성침공'은 꽤나 실망스럽고 유치한 만화영화처럼 보일 수 있다.'주라기 공원'이 이야기로만 전해 듣던 공룡침공의 모습을 눈앞에 실현시켜 열광시켰다면 이 작품은 바로 상상속의

존재인 화성인의 움직임을 펼쳐보이는 흥미를 전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천진한 어린이들에게 환상적인 장면을 보여주려 가족동반으로 극장을 찾는다면 오히려 비교육적인 효과를 자아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흥미로운 외계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는 상관없이 정상적인 지구의 현실을 가차없이 파괴하기 때문이다.'화성침공'은 지구촌의 모든 헤게모니를 쥐고있는 미국의 권위와 자본주의 제도를 외계인 손을 빌려 자극적으로 파

괴해 버린다.

외계인의 침입에 대통령이 직접 전투기를 몰고나가 외계인을 섬멸하는'인디펜던스 데이'와는 달리'화성침공'에선 꼴사나운 외계인들에 의해 모든 권력이 삽시간에 초토화된다.

'스타워즈'나'인디펜던스 데이'가 권선징악의 동화적인 틀에다 미국식 영웅주의를 시사하는 것인데 반해'화성침공'은 부조리한 정치.사회의 문제들을 조롱하는 신랄한 정치풍자로 일관한다.

자본주의와 미국 위주의 세계질서를 모두 조롱한다.대통령은 폼잡을 줄만 알고 퍼스트레이디는 세상물정 모르는 얼치기다.간교한 부동산업자와 막무가내의 군부세력,화성인으로부터도 수임하려는 변호사까지.게다가 평화의 상징 비둘기마저도 무감각

하게 없애버리고 가수 톰 존스는 꼭두각시같은 대중스타로 스스로를 패러디한다.

화성인들의 침공에 대비한 국가비상안보회의 장면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핵폭발 위기를 다룬 블랙코미디'스트레인지러브 박사'를 그대로 이어받았다.이 비상안보회의장 안으로 들어온 화성인들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지도자들을 더욱

비참하게 말살한다.

'화성침공'과 함께 올봄 한국에 '침공'하는 미국 할리우드 최첨단 특수효과 SF작품'스타워즈'는 서로 절묘한 대조를 보여 흥미를 자극한다.일례로 전자오락을 연상시키는 총격전 장면들이 공통적으로 나오지만'스타워즈'의 경우 영웅적인 주

인공들이 스릴넘치게 적에 대항하는 진정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반면,'화성침공'에선 전자오락에 빠져있던 흑인 꼬마들이 화성인의 무기를 빼앗아 맹활약을 벌이는 다분히 풍자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스타워즈'에선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기괴한 모습이 외계인들만의 특징인 반면'화성침공'은 흉칙한 모습의 외계인이 인간의 이미지도 충격적으로 해체해버리는 과감한 영상을 보여줘 큰 차이를 보인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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