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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빠진 증시, 풍력발전 ‘신바람’ 불어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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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일으킬 풍력바람이 국내 증시에도 미칠 것인가. 오바마는 대통령 당선 후 풍력발전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10년간 1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다 그의 취임 직후 나올 최소 6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에도 신재생 에너지 관련 투자가 상당수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도 가장 유망한 신재생 에너지가 풍력발전이다. 이미 유럽의 풍력발전이 성장 단계에 접어든 데다 국내 풍력발전 기자재 생산업체의 기술수준이 국제적으로 검증받은 상태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풍력발전에 앞으로 5년간 1조62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풍력은 대표적인 그린 에너지이면서 성장산업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탄소배출량 감축 움직임 때문이다. 세계풍력에너지협회(WWEA)에 따르면 2007년 9만4000MW인 풍력발전 설비는 2010년까지 두 배에 가까운 17만㎿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다 미국 정부의 공격적인 투자가 가세하면 시장은 더 커질 수 있다.


국내 조선회사가 잇따라 풍력발전기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기자재 업체에는 호재다. 두산중공업과 효성에 이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풍력발전사업 참여를 저울질 중이다. 세계적인 조선경기 침체로 놀리게 될 설비를 풍력발전기 생산으로 돌리자는 계산에서다. 우리투자증권 하석원 연구원은 “국내 풍력 기자재업체는 이미 세계 1위인 덴마크 베스타스를 비롯해 미국의 GE, 스페인의 카메사 등 세계 5대 업체와 거래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수주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험 요인도 여전하다. 국제유가가 곤두박질하고 있는 게 1차적인 위협이다. 유가가 떨어지면 대체에너지 개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약화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발표할 600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둘러싸고도 그린 에너지보다 당장 경기부양 약발이 먹힐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유가가 저공비행을 계속하면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릴 공산이 크다.


환헤지를 위해 가입하는 파생상품인 ‘키코(KIKO)’도 국내 풍력 기자재 업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국내 4대 기자재업체 중 평산은 2160만 유로, 현진소재는 3500만 달러에 600만 유로·36억 엔이 물려 있다. 내년에도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장사를 잘하고도 파생상품 손실 때문에 적자를 낼 우려가 있는 셈이다. 이와 달리 태웅과 용현BM은 키코 계약이 없다.

굿모닝신한증권 조인갑 연구원은 “국내 4대 풍력 기자재업체 중 풍력 비중이 높은 태웅, 평산, 용현BM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평산은 키코로 인한 손실이 우려돼 환율 움직임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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