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제3의 시나리오' 낸 소설가 김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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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베이징 6자회담에 미국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과연 미국의 속내는 무엇인지, 미국의 대외 정책은 어떤 사람들이 이끌어 나가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비상한 관심을 모을 만한 정치.경제적 현안들을 발빠르게 소설로 녹여내 온 소설가 김진명(47)씨가 새 장편소설 '제3의 시나리오'(1.2권, 랜덤하우스중앙)를 펴냈다.

이번에는 '미군 철수'가 김씨의 민감한 후각에 걸려들었다. 베이징 6자회담과 이라크 전쟁, 4.15 총선과 대통령 탄핵안 국회 통과 등 남북한의 명운을 좌우할 국내외 '진행형' 정세가 배경으로 깔린다.

"주한미군 철수가 과연 언론 보도처럼 별 문제 없는 것이냐, 군대를 빼두었다가 공격받으면 기동력 있게 되받아치겠다는 미군의 계획은 비합리적인 것 아니냐는 의문들을 소설로 풀어본 거죠."

김씨는 "지난해 미군 철수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을 때 소설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소설가라는 신분을 속여가면서까지 관련 자료와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취재원을 만나는 열성적인 자료수집 과정을 이번에도 거쳤고, 캐나다를 오가며 1년여 집필했다. 탈고 후에도 총선 결과 등 최신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원고를 일부 수정했다.

덕분에 소설은 시사와 시사를 뛰어넘는 깊이의 주장들로 가득하다. 소설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대통령 안보담당 보좌관은 물론 미국의 CIA 요원까지 닥치는 대로 만나며 수사하는 애국심 넘치는 검사 장민하와 도청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탈북 과학자 김정한이다. 김씨의 분신과도 같은 소설 속 소설가 이정서에게서 영향받은 두 사람이 한반도의 앞날이 걸린 미국의 제3 시나리오를 파헤치는 과정이 첩보소설처럼 펼쳐진다.

북한군을 이라크전에 투입하면 미국의 고민도 덜고 북한 핵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기상천외한' 방안이 소개되기도 한다. 관심사는 역시 제 3 시나리오의 내용이다. 궁금하다면 2권 중반까지는 읽어봐야 한다.

김씨는 반미(反美)를 주장하고 싶었던 것일까.

김씨는 "미군이 철수하면 한국은 군사비 지출 규모를 80조원으로 늘려야 한다는 통계가 있다. 미국에 선을 긋고 등을 돌린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다만 예전과는 달리 자주적으로 가야 하는 측면은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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