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석유시설 테러 표적될 땐 세계경제 속수무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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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테러에 휘말리면 세계 경제는 속수무책의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선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국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본격적인 테러를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우리의 부(富)를 훔쳐가고 있다. 그들이 지닌 군사적 위협과 국제적 영향력을 이용해 우리의 석유를 헐값에 빼앗아 가고 있다. 인류 역사에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상 최대 규모의 노략질"이라고 말했다. 석유 수출의 중심국이자 대표적인 친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테러를 일으킬 충분한 이유라 아니할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는 3일 베이루트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최근 40달러선을 넘나드는 국제유가의 안정을 위해 증산을 주장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증산 여력이 있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밖에 없다. 하루 200만 배럴 정도의 예비 생산량을 확보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의 중앙은행'이라 불린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비중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만으로도 원유가에 배럴당 8달러의 '테러 프리미엄'이 더 붙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테러 가능성은 점점 커져 왔다. 최근 이라크 남부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반군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효율적인 대미 투쟁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관련 시설을 노리고 있다는 첩보가 끊이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3만명의 무장병력을 석유시설 경비에 투입하고 있지만 부족하다. 내부자와 연계될 경우 얼마든지 폭탄 트럭의 출입이 가능하다. 원유 수출항은 폭탄 보트에 노출돼 있다. 항공기를 납치해 채굴시설로 돌진하면 수백만 배럴의 생산이 하루 아침에 중단될 수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흔들릴 경우 어느 나라도 그 빈 자리를 메울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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