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막바지 잠실지구…다세대촌, 재건축 반사이익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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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 가격이 약세인 삼전동에는 아직도 짓고 있는 다세대 주택이 많다.

▶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주변상가. 중개업소가 많지만 거래가 부진하다.

서울 저밀도 재건축단지 중 최대 규모로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송파구 잠실지구 일대가 휘청거리고 있다. 주공아파트 이주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이주 수요 흡수에 실패한 빌라.다세대주택의 경우 임대와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택거래신고제 시행 등으로 거래가 거의 중단되면서 중개업소는 매출 부진에 허덕인다. 일반상가도 장사가 되지 않아 아우성이다.

2001년부터 불어닥친 재건축 열풍이 잦아들면서 이 일대 다세대촌과 중개업소 등에 후폭풍이 일고 있는 것이다.

송파구 잠실본동과 삼전동.석촌동 등 저밀도지구 인근 다세대.빌라 촌에는 임대와 분양 물건이 넘친다. 2년 전부터 잠실 재건축 이주수요를 겨냥해 지어진 수천 가구의 빌라나 다세대는 비싼 임대료 등으로 외면받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주공1단지를 제외한 2.3.4단지와 시영아파트 등 1만5800여가구의 재건축 단지 이주가 거의 끝났지만 이곳으로 흡수된 비율은 30%도 안 된다고 이 일대 중개업소는 보고 있다. D부동산 허모 사장은 "잠실 주공3단지의 경우 13, 15평형 전세가 6000만~7000만원이었는데 다세대는 8000만~1억원으로 비싸다"며 "지역 토박이나 살림살이가 적은 신혼부부 등 일부만 들어왔고, 나머지는 외곽으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일대 각 중개업소에는 임대물건만 50~60건씩 쌓여 있다. 지난 3월 잠실본동에 다세대 9가구를 지은 김모(55)씨는 "입주한 지 석달이 되도록 6가구나 못 채운 상태"라며 "요즘 중개업소를 돌며 전단지도 배포하고 있는데 문의전화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임차인을 들이지 못해 비어 있는 집이 전체 가구수의 5~10%는 될 것으로 현지 중개업소는 추산한다.

빌라 분양도 잘 안 된다. P부동산 서모 실장은 "분양가를 500만~1000만원 이상 깎아줘도 매수자가 없다"며 "조만간 건축비와 금융비용 등을 감당하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잘 나가던 이 지역 중개업소들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조합원 지분의 경우 손바뀜이 거의 끝났고, 일반분양분의 분양권 전매도 금지돼 3~4년 후 입주 때까지는 일감이 별로 없다. 최근엔 주택거래신고제 시행으로 아파트값이 내리고 있는데도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다.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인근 상가와 잠실본동.삼전동 등 다세대촌의 도로변 상가에는 거의 한집 건너 하나꼴로 중개업소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잠실동에 150여개, 삼전동에 120여개의 중개업소가 영업 중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R부동산 최모 사장은 "사무실 임대료를 포함해 한 달 고정비가 300만원 정도 들지만 올 들어 현상유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개업소의 절반 정도가 사실상 매물로 나와 있다.

경기불황에다 주공아파트 이주가 끝나가면서 이 지역 상권도 내리막길이다. 새마을시장에서 중저가브랜드 아동의류점을 하는 상인은 "주요 고객이었던 재건축 주민들이 이주하고부터 매출이 30~40%는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한때 1억~1억5000만원까지 갔던 신천역 인근 상가 권리금은 재건축 이주가 시작된 뒤 위치에 따라 최고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삼전동의 한 중개업소는 "6000만원이던 권리금을 3000만원으로 내렸지만 매수자가 없다"며 "권리금이 아까워서 버티고 있지만 절반 값에라도 임자가 나서면 정리하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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