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초등에 원어민 교사 … 영어교육 새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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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충남 논산시 연산면 청동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뉴질랜드 출신 앤드류(42)씨가 영어수업을 하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경제가 어려워지면 저소득층의 살림살이는 더욱 빡빡해진다. 특히 저소득층 어린이와 청소년의 고통은 더 심하다. 배움의 기회도 줄고 학교에서는 급식비가 없어 굶는 경우도 허다하다.

충남도가 이 같은 저소득층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대대적인 복지 시책을 펼치고 있다. 학원가기 힘들 정도로 교육여건이 어려운 농어촌 초등학교에는 원어민 영어교사를 배치했다. 내년부터는 월 평균 소득이 150만원이하의 가정(차상위계층)의 아동에게는 전세자금도 지원한다.

◆원어민 교사 배치=22일 오전 9시 충남 논산시 연산면 청동초등학교 5학년 교실. 매주 한시간씩 진행되는 정규 영어수업 시간이다. 학생 16명은 앤드류 블래이키(42)교사의 지도에 따라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고 있다.

“Fold your paper, and then cut with scissors.(종이를 접고, 가위로 자르세요)” 앤드류 교사가 카드 만드는 방법을 설명했다. 학생들은 “Please give me glue and scissors.(가위와 풀을 주세요.)”라고 영어로 말한다. 뉴질랜드 출신인 앤드류 교사는 올해 3월부터 이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학생들도 잘 따르고 학교도 따뜻하게 대해준다”고 말했다.

이 학교를 포함, 충남도내 100개 학교에는 1997년 9월부터 원어민 영어강사가 배치됐다.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출신이다. 이들은 자신이 배치된 학교와 주변 2∼3개 학교에서 1주일에 1∼2시간씩 영어를 가르친다. 원어민 교사가 배치되기 전만해도 이들 학교는 대부분 학원강사나 결혼이주자인 필리핀 여성 등을 초빙해 영어를 지도해왔다.

원어민 교사가 배치된 학교측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청동초 임선아(37)교사는 “원어민 교사들이 동영상 등 수업재료를 충실히 준비한다”며 “지난 2학기동안 수업한 결과 학생들이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가벼운 대화를 나누게 됐다”고 말했다. 이 학교 박은이(여)학생은 “재미있는 영어 수업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산군 군북초등학교의 경우 원어민 교사로부터 영어를 배우기위해 학생 5명이 전학오기도 했다. 충남도 김용찬 기획관은 “원어민 교사가 농어촌 초등학교 영어교육에 새 바람을 몰고 왔다”며 “내년에는 도내 171개 모든 읍·면 지역에 원어민 교사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동희망프로젝트=도는 내년부터 저소득층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구체적인 복지시책(18세 이하 아동희망 프로젝트)을 벌인다. 18세 이하 청소년이 있는 차상위계층 이하의 저소득층 66가구에 내년부터 전세금(가구당 3000만원)을 지원한다.

중·고교 신입생 1만5000명에게는 교복 구입비(1인당 20만원)를 지원한다. 저소득층 가정 초등학생(대상 1950명)들이 한자·컴퓨터 등 각종 자격증을 딸 수 있게 학원비(연간 40만원 이내)를 지원한다. 소년소녀 가정(300명)에게는 상해보험(보험료 연 10만원)을 가입해준다. 직업훈련을 원하면 삼성·상공회의소 등에서 운영하는 직업훈련기관에 무료로 위탁교육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아동 책 읽기 권장사업도 적극 펼친다. 아동도서 출판사나 서울지역 충청향우회 등의 협조를 받아 도내 아동 생활시설(23곳)에 아동도서 보내기 사업을 한다. 충남도 채호규 복지정책과장은 한 개 아동시설에 1000권의 책을 비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아동센터 등 각종 복지시설 여건도 개선한다. 저소득층 영어 학습을 위해 지역아동센터(복지시설 등) 180여곳에 스카이라이프 TV수신용 안테나를 달아주고 시청료(월 6500워)도 대신 내 준다. 공공근로요원을 지역아동센터의 학습 도우미로 활용하고, 지역아동센터와 기업체·금융기관이 자매결연을 체결, 현장 견학 등의 기회를 갖도록 할 예정이다. 충남도 박여종 아동복지담당은 “정부 복지정책에서 소외된 분야만을 선별해 마련한 아동 종합복지정책”이라며 “저소득층 자녀들이 성공적으로 사회에 발을 디딜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아 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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