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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 시평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를 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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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하지만 이 어려움도 언젠가는 끝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 위기가 지난 후의 세계는 지금과 많이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겪었던 10년 전의 IMF 경제위기 경우를 보더라도, 위기가 끝난 뒤에 국내의 경제적 판도가 크게 바뀌었었다. 그때보다 더욱 범위가 넓고 규모가 큰 이번 위기는 당연히 세계적으로 사회·경제적인 판도를 많이 바꿀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기에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 못지않게 위기 이후의 세상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미증유의 세계적 경제위기라지만 슬기롭게 미래에 대한 준비를 잘하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커다란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슬기롭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위기 이후의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어 갈지 예측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경제위기의 원인과 여러 전문가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몇 가지 방향은 잡을 수 있다.

우선 첫째로 제조업 등 실물경제의 중요성이 강조될 것이다. 세계 최첨단 금융기법을 자랑하던 미국의 월가에서 촉발된 경제위기는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경제행위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반면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일본이나 독일, 중국 등은 오히려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직도 금융 등의 서비스업보다 제조업 비중이 큰 우리나라로서는 이러한 경향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둘째로는 자원과 에너지의 절약이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할 것이다. 과거처럼 유한한 자원을 흥청망청 낭비하는 행태는 세계적으로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운 것이 명약관화해졌다. 그러기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와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세계의 지도자들이 이번 경제위기 극복 방안으로 녹색기술의 개발을 들고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첫째로 실물경제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유능한 과학기술 인력의 보존과 양성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경제위기의 처방으로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듯, 당장 어렵다고 근시안적 시각으로 미래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지는 말아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을 한다며 기업과 정부에서 앞장서서 과학기술 인력을 내보낸 일이 있는데, 그 결과 청소년들이 이공계를 기피하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이 크게 훼손된 바 있다. 이번 위기에는 이러한 실수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능한 과학기술 인력은 양성하는 데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경력이 중단되면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로는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기술 개발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녹색기술에서 세계적으로 앞서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선진국도 이 분야의 연구개발을 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의 노력 여부에 따라서는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태양광 발전, 하이브리드카 등의 대표적인 녹색기술 이외에도 가전제품이나 공장설비에서 전력 소비가 적은 부품을 개발하는 등 전통 산업에도 친환경적 요소를 가미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국제적 규제 강화와 세계적 자원 고갈 현상 때문에 녹색성장기술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 것이기에, 지금부터라도 녹색기술 개발에 힘쓰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올해 겨울은 매우 추울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현실이 어렵더라도 장기적 전략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면 우리에게 희망은 멀지 않을 것이다.

오세정 서울대 자연대 학장·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