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프리즘>팝계의 마이더스 베이비 페이스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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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가수의 외모나 연령보다 음악성을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실력이 뛰어난 프로듀서겸 싱어송라이터에게 톡톡히 스타 대접을 해준다.80년대 마이클 잭슨을 키운 퀸시 존스는 잭슨과 관련된 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스타의'대부'로 언급되곤 했다.그 퀸

시 존스의 영광을 90년대에 계승한 흑인 프로듀서겸 싱어송라이터가 바로 지난달 그래미상에서 올해의 프로듀서상을 비롯,3개 부문을 휩쓴 베이비 페이스(38.사진)다.시상식에서'체인지 더 월드'를 에릭 클랩턴과 합주,국내 팬에게 모습을

알린 그는 클랩턴 외에도 머라이어 캐리.휘트니 휴스턴.토니 블랙스턴등 스타들의 노래를 도맡아 편곡하는 히트곡 제조기다.

16곡의 빌보드 차트 1위곡,48곡의 톱텐 히트곡,1백11곡의 리듬 앤드 블루스 히트싱글,7천2백만장의 앨범 판매고는'팝계의 마이더스(황금손)'란 찬사가 과장이 아님을 알게 해준다.10년동안 4개의 자작앨범을 발표,싱어송라이터로도

활약하는 그는 최근작'더 데이'에서 싱글'디스 이즈 포 더 러버 인 유'로 빌보드 차트 6위에 오르는 히트를 기록했다.

화려한 판매고에서 드러나듯 그의 노래는 갱스터랩처럼 과격한 음악 대신 흑백 모두에게 어필하는 부담없고 달콤한 성인음악(어덜트 컨템퍼러리)을 지향한다.내용도 가족의 가치나 폭력반대등 제도권 질서에 충실한'좋은 노래'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흑인들에게 인기높은 갱스터랩이 일부 가수들의 거친 행동과 가사 때문에'위험한 음악'으로 인식되는게 못마땅하다고 밝혀 과격한 갱스터랩을 부르는 가수들에 대한 거부감을 내비쳤다.

90년대 미국 대중음악의 메인스트림(주류)을 주도하고 있는'스타중의 스타'베이비 페이스.국내 발매된 신보'더 데이'홍보차 지난 22일 서울을 찾은 그를 다음날 숙소인 신라호텔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노래가 대단히 섬세하고 아름답다.신보'더 데이'에서 음악가로서 당신의 의도가 잘 드러난 곡을 꼽는다면.

“'더 데이'는 아내가 아들을 임신했다는 소식을 처음 들은 날을 기념해 지은 노래다.나는 그날'생명은 인생의 축복이고 기적'임을 깨달았다.그때 느낀 지고의 행복감을 팬들과 나누고 싶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노래다.또 하나는 미국에서

심각한 가정폭력(아내구타) 문제를 꼬집은'하우 컴 하우 롱'이다.”

-좋은 프로듀서.싱어송라이터의 자질은 무엇인가.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재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일단

하다보면 뭔가를 배우고 발전해 가는 것이다.나 자신도 어릴 적부터 밑바닥

밴드생활을 거치지 않았으면 결코 스타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재차

강조하지만 경험이

내 유일한 선생이었다.”

-당신 음악의 뿌리를 말해달라.

“어릴때 들은 리듬 앤드 블루스와 솔이 내 음악의 모태다.스티비

원더.스모키 로빈슨등 당시 스타들이 내 음악에 큰 영향을 끼쳤다.가장 강한

영향을 끼친 음악인을 들라면 백인그룹으로 흑인음악의 장점을 소화하고

재탄생시킨 비틀스다.”

-스타가수들과 빠짐없이 같이 일했는데 가장 호흡이 맞고 좋았던 가수는.

“다들 뛰어난 가수들이라 딱이 누가 좋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굳이 한명을

들라면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스티비 원더다.”

-한국에 와서 한국가요를 들어봤는가.들어봤다면 그 수준은 어떤가.

“'열린 음악회'리허설에서 신효범.이승철의 노래를 들어봤는데 솔과 힙합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졌고 옷과 춤에도 흑인들의 흔적이 녹아있었다.여기서

한국가수들은 흑인음악을 아주 잘 소화할 것이라 느꼈다.한국아기를 미국

흑인가정에 입양해

키우면 흑인 못지않은 리듬 앤드 블루스.솔가수가 될 거라고 본다.”

-한국서도 흑인음악에 관심이 늘고 있다.흑인음악의 전망을 들려달라.

“리듬 앤드 블루스는 요 몇년간 박자가 느린 미드템포 스타일 노래가 인기를

끌어왔다.그러나 앞으로는 점차 빠른 음악이 환영받을 것이다.흑인음악은

이제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인기분야가 돼있다.솔직히 하드코어랩 가사를

백인 청소년들이 알

아듣겠는가.그런데도 그들이 엄청난 고객이 되고 있다고 한다.흑인음악만의

고유한 에너지가 먹히고 있는 것이다.앞으로 더욱 커지고 강해질 것으로

확신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리듬 앤드 블루스 말고도 가능한 한 모든 장르의 음악을 하고 싶다.현재

롤링 스톤스가 제작중인 신보중 한곡의 편곡을 맡고 있는데 내용은

비밀이다.그밖에 연극과 영화도 해볼 계획을 갖고 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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