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열며>쓰레기와 국가경영능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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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보다,대권이다,내각제다 하고 온 나라가 큰 문제에만 매달려 작은 문제들에는 너무 소홀하고 있다.큰 문제도 작은 문제들이 쌓여 이뤄지는 것이요,작은 일들을 성심껏 풀어나가노라면 큰 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으련만 우리는 한결같이 큰

문제에 매달려 작은 문제들은 외면하니 퍽 염려스럽다.

비록 작은 문제지만 중요한 문제들 중 하나로 쓰레기 문제가 있다.듣기로는 정성들여 수집해 놓은 폐지.고철 등 재활용 폐기물이 야적장과 창고에서 썩고 있다는 소식이다.2년새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자 수거업체가 회수를 피하고 있기

때문이란다.그래서 학교와 아파트단지 등에서는 재활용 폐기물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한다.어느 교사는 학생들에게 자원절약과 환경보호를 위해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라고 가르치기가 두렵다고까지 말하고 있다.잘못 돼도 크게 잘못된 처사다.

쓰레기 분리작업이 단순한 쓰레기 문제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첫째는 절약정신을 체득케 하는 국민정신 교육의 문제요,둘째는 환경보호운동을 실천하는 지구생존의 문제요,셋째는 국제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민족생존에까지 관계되는 문제다.더욱

이 지난해부터 쓰레기 종량제까지 실시하고 있는 터에 애써 분리수거한 재활용 폐기물의 활용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세워지지 못하고 있음은 정부의 국가경영 능력을 의심하게 하는 문제가 된다.뭘 그만한 일에 국가경영까지 운운하느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어느 선진국 치고 쓰레기 처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선진국에 오른 나라가 있는가.그리고 쓰레기를 쌓아놓고 있는 나라 치고

제대로 나라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는 나라가 있는가.

나는 지난날 쓰레기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30세 나이에 빈민촌에 들어가

쓰레기통을 뒤지는 넝마주이 노릇을 하며 선교활동을 한 적이 있다.그

시절'넝마주이 정신'을 터득했다.다름아니라 사나이로서 무슨 일을 하다가

실패해 넘어져도 쓰

레기통 옆에만 넘어지면 된다는 정신이다.오늘같은 난세를 살아가면서 어찌

실패가 없겠는가.설사 실패해 넘어질지라도 쓰레기통 옆에만 넘어지면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쓰레기통을 뒤져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정신이다.그런 근성과 배짱이 넝마

주이 정신의 기본이 된다.요즈음 나라 사정이 어려워지는 기미가 있자

상하(上下)가 염려하고 있다.그러나 나는 능히 극복해나갈 저력이 우리들에게

있다고 확신한다.민관(民官)이 힘을 합해 바닥에서부터 새로 시작하겠다는

마음가짐만 지니면

오늘의 어려움은 능히 이겨나갈 수 있다.그런 바닥에서부터 일어서겠다는

정신은 쓰레기통에서부터 나타난다.철저한 쓰레기 분리수거와 그 활용을

통해 절약정신.환경보호정신.민관협동정신을 높여나갈 때 난국을 극복해

나가는 길은 열리게 마련

이다.그러니 쓰레기 처리에 국가경영 능력이 나타난다고 말함직하지

않겠는가.

연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한 신문의 기자와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가 그에게 한국인들의 장점과 단점을

무엇으로 생각하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일본 기자가 답하기를 한국인들의

장점으론 주관이 뚜렷하고,열심이 있고,독창성이 있는 국민이라는 점을

언급했다.그렇다면 한국

인들의 단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가 조심스레

대답했다.작은 일에 소홀하다는 점,훈련되지 못한 국민들이란 점,의논해 일할

줄모른다는 점 등이 한국인들의 단점으로 여겨진다고 했다.옳은

말이다.쓰레기 문제에서 그대로 적

용되는 말이다.작은 일에 소홀해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훈련이 되지 못해

분리수거를 제대로 못하고, 의논해 일할 줄 몰라 재활용 폐기물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지금부터라도 잘 해보자.쓰레기 처리 잘해서 나라 경제를 살려보자!

金鎭洪

〈목사.두레마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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