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對韓.對中외교실익 겨냥해 황장엽 비서 체류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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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필리핀 당국은 왜'골치아픈 존재'임이 분명한 황장엽(黃長燁.사진)북한 노동당비서의 일시체류를 허용했을까.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발행하는 주간 아에라는 최신호에서 黃비서의 필리핀 체류기간이 열흘을 넘기면서 그동안 일절 알려지지 않았던 비화들을 소개했다.

이에따르면 필리핀은 黃비서를 맞이하기 위해 말라카냥(대통령궁).외무부.국방부등 국가최고기관이 총동원돼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黃비서 도착 5일전인 12일부터 라모스 필리핀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벤하민 리발레스 육군준장의 지휘로 黃비서 영접 예행연습을 수십번 반복했을 정도.이처럼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것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한.중 양국과 긴밀하게 협

의했음을 의미한다.

필리핀 고위당국자와 한.중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한국이 주한 필리핀대사관을 통해 필리핀 당국에 黃비서의 일시 체류문제를 타진한 것은 黃비서가 망명신청한지 2주만인 2월말.협의요청을 받은 라모스 대통령은 극소수의 국가안보문제

관계자들만 부른 가운데 이 문제의 검토를 지시했다.

중국도 3월초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 동남아국가지역포럼(ARF)에 참석한 세베리노 필리핀 외무차관에게 은밀히 黃비서의 체류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안보관계자들은 이 문제를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체재허용 가(可),단 체류기간 최소화'란 보고를 올렸고 라모스 대통령은 이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경우 대한(對韓).대중(對中)관계에서 커다란 외교적 실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지난해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를 유치하는등 본격적인 지역 파워로 발돋움하려는 필리핀으로서는 양국의 도움이 절실

한 입장이다.

게다가 극히 까다로운 신변보안이 절대 필요한 黃비서 경호를 제대로 치러낼 경우 외국인들이 투자를 망설일 정도로'치안부재국'으로 알려진 오명을 씻을 수 있는 호기(好機)도 되기 때문이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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