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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미래' '위험사회' 등 인류의 미래경고書 봇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미국의 내분비물질 연구전문가 테오 콜본등 3명이 공동저술한'도둑맞은 미래'(사이언스刊)는 우리를 섬뜩하게 한다.탐정소설 형식의 쉬운 문체로 쓰여졌으나 그 메시지는 가위 충격적이다.

일례로 인간의 정자수는 지난 50년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덴마크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40년 정액 ㎖당 1억1천만마리에 달하던 정자수가 90년엔 6천6백만마리로 감소됐다.'수량'뿐만 아니라 '기능'도 떨어졌다.

식량증산 혹은 신제품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각종 인공화학물질이 남용된 결과다.과학의 진보에 따른 화학물질이 생산성 증대에는 기여했으나 그 유독성으로 인간생존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꼬집고 있다.이처럼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던

것처럼 보였던 과학문명에 드리운 불길한 그림자를 조명한 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그동안 눈치채지 못했던 과학의 각종 해악에 대해 새로운 눈뜨기를 보여준다.

이중'도둑맞은 미래'는 50년대 이후 급증한 야생동물들의 생식기 결함,행동 이상,그리고 갑작스런 절멸을 고발한다.인간도 예외는 아니어서 미국의 경우 자궁외 임신비율이 70년부터 90년 사이 무려 4배로 늘어났고 유방암에 걸릴 확률

도 50년전에는 20명당 1명꼴에서 오늘날엔 8명당 1명꼴로 높아졌다.이런 까닭에 저자는 문명구조의 대전환을 부르짖는다.물자를 더 적게 소비하고 작은 에너지라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는한 인류의 미래는 없다는 절규다

.

미국 정치학자 D 론펠트의'정보지배 사회가 오고 있다'(자작나무)는

첨단과학의 상징체인 정보화의 허상을 비판한다.'신기술은 밝은 미래

보장할 것'이라는 기술결정론에 반기를 든다.정보독점의 부작용도

주목한다.특히 민주주의 토양이 약

한 나라에선 정보획득이 쉬운 통치자들이 오히려 반민주적이고 권위적인

전체주의 체제를 굳게 하기 위해 정보를 악용하기 쉽다는 것.개인은

물론 국가 차원에도'정보부자'와'정보빈자'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책 제목을 아예'위험사회'(새물결)로

붙였다.“현대인들에게 과학은 점차 객관적인 검증 가능성을 상실한

일종의 미신이 돼가고 있다”며 식품오염.원자력.유전자기술.화학물질등

곳곳에 도사린 위험요소를 속속들이

파헤친다.“과학의 진보에 대한 무한 신뢰야말로 현대문명을 화산 위에

올려놓은 주범”이라면서“우리 사회는 자신을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하게

됐다”고 개탄하고 있다.

계명대 이진우교수도'도덕의 담론'(문예출판사)에서 핵전쟁.유전자

조작.에이즈.생태계 파괴등 인간의 실존자체가 흔들리는 현대사회를

구제할 새로운 윤리를 찾고 있다.비판의 초점은 과학의 가치

중립성.1회용 나무젓가락 하나에도 산림 훼

손의 여지가 스며들고 원자력 발견이 대재앙을 일으켰듯'과학은

가치로부터 자유롭다'는 말에 담긴 허구성을 파고들면서 인간과

인간,혹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하는 공동체적 윤리를 소망하고

있다.'위험사회'처럼 이론적 성찰이 많아 부담스런

면도 있으나 우리의 현주소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데 유용한

읽을거리다. 〈박정호 기자〉

<사진설명>

인류의 파멸도 부를 수 있는 핵개발의 위험을 알리는 반핵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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