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공중분해 절차만 남아 - 앞날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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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이 정태수(鄭泰守)총회장 일가의 전재산을 압수하고 그의 3남인 정보근(鄭譜根)회장을 구속키로 함에 따라 한보그룹은 사실상 공중분해의 절차를 밟게 됐다.

이에따라 옥중에서도 재기의 집념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진 鄭총회장은 국내 14위그룹의 총수에서 '무일푼'의 자연인으로 돌아가게 됐다.

현재 한보그룹은 모두 22개 계열사중 부도난 한보철강과 ㈜한보.상아제약.한보에너지.한보건설등 5개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해놓은 상태다. 나머지 17개 계열사 가운데에서도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회사는 대성목재.한보상호신용금고.한보정보통신.한맥유니온등 4~5개 업체 정도다.

그러나 이들 계열사도 상호지급보증문제 때문에 결국 채권단에 넘어가거나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한보그룹 22개 계열사 전체의 지급보증 규모는 1조2천억원.이중 다른 그룹이 비교적 인수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는 대성목재의 경우도 1천억원에 달하는 지급보증을 해놓은 상태다.

한보그룹이 유원건설과 함께 인수한 합판생산업체인 대성목재는 지난해 36억원의 흑자를 냈을 정도로 경영엔 큰 문제가 없는 회사다.

그러나 이 회사 역시 지급보증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성목재는 현재 법정관리를 신청한 한보건설이 85%의 지분을 갖고 있어 한보건설이 제3자인수되는 과정에서 함께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또 한보상호신용금고는 규정위반등으로 신용관리기금의 경영관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밖의 계열사로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동아시아가스나 한보선물.상아종합판매.여광개발.한보경제연구원.정암생명공학연구원.대석실업등은 회사가 설립된지 얼마 안돼 이렇다할 매출 실적을 내지 못했다.

철강판매를 위해 설립된 한보철강판매와 승보철강은 한보철강이 법정관리를 받으면서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 회사다.

한보관광과 이탈리아모터스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여서 자체 생존은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한보그룹의 나머지 17개 회사들도 鄭총회장의 재산이 은행등 채권단들로부터 압류되는 과정에서 제3자에게 넘어가거나 파산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보철강 부도후 지금까지 한보그룹의 퇴직률은 오히려 부도전의 한달평균 퇴직률 5%보다 더 떨어진 상태였다.

남아있는 계열사들에 대한 구체적인 처리방향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직원들 대부분이“지켜보자”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한보그룹 인사담당자는“회사가 부도난 상태에서 전직이 더 어렵기 때문에 일부 계열사소속 직원들은 월급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도 퇴직을 고려하지 않고 계속 출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검찰의 재산압류 발표가 있은 27일 한보그룹 임직원들은 당황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직원들은 완전히 업무에서 손을 놓은채“올 것이 왔다.더 이상 기대할 것이 뭐 있겠느냐”며 허탈해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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