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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반장.임원.학부모회 간부도 돈없으면 어려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초등학교 전교 어린이회장이나 학급 반장.임원,학부모회 간부도 돈 없으면 못한다.

어린이들이 전교회장이나 반장.임원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돈을 쓰고 학부모 대표는 각종 학급 비품구입비를 부담하거나 교사들에 대한 식사대접,술자리까지 마련하는등 비교육적인 구태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교육부의 교육개혁이 무색할 정도다.

대구 모초등학교 학부모 金모(35)씨는 지난해 맡았던 학부모회 간부자리를 올핸 포기했다.

金씨는“학부모회 간부는 신학기.어린이날.스승의 날.소풍.방학.운동회같은 각종 행사나 일이 있을 때마다 교사들에게 점심을 사고 심지어 술자리까지 주선해야 하는 것은 물론 학급에 필요한 비품도 사줘야 해 학교일에는 나서지 않기로 했다

”며 씁쓸해 했다.金씨는“그러나 학교측이 육성회원이나 체육회원으로 지명하면 거절하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2년째 학부모회 간부로 일하는 대구의 또다른 초등학교 학부모 李모(38)씨도“담임교사가 학기초마다'교탁 깔개를 바꿔달라''교육용 비디오테이프를 사달라'고 요구해 사주었다”고 말했다.

李씨는“지난해 스승의 날에는 교사들 식사대접도 해야 했다”며“학부모회와 관련해 지난 한햇동안 2백만원이상 썼지만 자식 교육을 맡긴 입장에서 다른 방법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관계자는“비품구입비를 항상 학교측에 청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학기초 각종 비품을 바꾸긴 하지만 학부모에게 요구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울산시중구 모초등학교 1학년 담임 李모(37)교사는 어머니회 회장 자격으로“경제적 후원이 가능한 어머니(30인치 TV기증 가능한 자)나 가장 모범이 되는 어린이의 어머니로 한다”는 통신문을 최근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어린이회장 선거도 마찬가지.

창원 Y초등학교의 경우 최근 전교 어린이회장에 출마했던 한 후보는'책걸상을 바꿔 주겠다'는 공약과 함께 사진이 인쇄된 명함을 돌리기까지 했다.

〈대구.창원.울산=김상진.홍권삼.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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