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사극, 내년은‘여걸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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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내년 TV사극계는 ‘여걸 천하’다. 채시라 주연의 KBS 80부작 주말극 ‘천추태후’가 1월 3일 선두주자로 나서고 2월 중 SBS 50부작 ‘왕녀 자명고’(수목드라마 ‘떼루아’ 후속)가 뒤를 잇는다. 또 5월부터는 MBC에서 50부작 ‘선덕여왕’이 방영된다. 월화드라마 ‘에덴의 동쪽’ 후속이다. 5월부터는 일주일 내내 여걸 사극이 시청자를 찾는 셈이다.

세 사극의 여주인공들은 기존 여주인공과는 스케일이 다르다. ‘선덕여왕’은 신라가 삼국통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은 최초의 여성 임금 선덕여왕(이요원)의 생애를 그렸다. ‘천추태후’는 거란군과의 3차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은 물론 스스로 섭정의 자리에 오른 천추태후(채시라)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조명한다. ‘왕녀 자명고’는 이복동생 낙랑공주의 배신으로 호동왕자의 칼에 의해 망해버린 낙랑을 재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자명공주(정려원)의 이야기다. 모두 사랑 때문에 힘들어 하거나 남성 캐릭터의 대업을 돕는 보조적 역할에서 벗어나, ‘국가의 명운’을 고민하는 역할이다.

해외 역사 드라마에서는 이미 이 같은 선굵은 여성 주인공 설정이 흔하다. ‘왕녀 자명고’ 정성희 작가는 기획안에서 “프랑스에는 구국의 영웅 잔 다르크, 이집트에는 클레오파트라, 중국에는 측천무후·서태후 등 많은 여걸이 있고 그들의 영웅담이 드라마화됐지만 우리의 드라마는 그동안 판에 박힌 남성 영웅들만 선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천추태후’ 신창석 PD는 “요즘 우리 사회 여성들은 남성 위주의 틀을 깨고 뻗어나가려는 욕구가 크다”며 “‘여걸 사극’들이 그 마음을 충족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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