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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노는 행사 대신 자선·봉사…불황·추위 녹이는 송년회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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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서울 거주 2500여 건축사가 회원인 서울건축사회는 올 송년회를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펼치는 한국해비타트와 공동으로 열었다. 송년회 참석자들의 참가비를 모아 소년소녀가장 10명의 주택을 고쳐주기 위해서다. 송년회는 18일 오후 서초동 건축사회관에서 뷔페 만찬을 곁들인 음악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회원 건축사, 한국해비타트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모인 성금은 1000만원. 싱크대 등 부엌가구와 보일러 등을 교체하려면 가구당 400만원 이상 들지만 해비타트를 후원하는 자재회사 등으로부터 실비 납품을 받으면 열 채를 수리하는 데 모자라지 않는 액수다.

건축사회 강희달 회장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움츠리지 말고 봉사의 불씨를 살려나가는 뜻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선 송년회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따뜻한 송년회=먹고 마시는 송년회 대신 성금을 마련하거나 직접 자원봉사에 나서는 이웃돕기 송년회가 잇따르고 있다. 구청 자원봉사센터에 누구를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를 묻는 기업들의 전화가 이어진다. 경제 한파 속에 ‘소비성 송년회’는 그만두고,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차분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자는 취지다.

서초구 자원봉사센터는 지난달 중순 관내 50여 개 기업에 송년회를 대신할 수 있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e-메일을 보냈다. 시각장애인생활시설·노인복지관 등에서 10명 안팎의 규모로 크리스마스 트리 만들기, 독거노인을 위한 덧신 만들기 등 자원봉사 송년회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10명 기준 30만원의 참가비를 내도록 했지만 적지 않은 기업이 반응을 보였다. 자원봉사센터 윤영미 홍보담당은 “이달 초부터 크리스마스 전까지 9개 기업 350여 명이 이웃돕기 송년회를 한다”고 말했다. 현대제철·비씨카드·삼성물산 기계설비팀·윌로펌프(펌프개발 전문업체) 등이다.

송파구에도 이웃돕기 송년회 문의 전화가 잇따랐다. 복지정책과 오수미 주임은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걱정했는데 이달 초부터 10여 곳의 관내 기업들이 이웃을 돕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왔다”며 "그 중 두 곳 정도는 송년회 회식을 별도로 하지 않고 이웃 돕기 봉사로 대신할 계획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웃돕기 송년 공연도=송년 공연을 성금 모금의 기회로 활용하는 공연단체도 있다. 국악 연주그룹 ‘국악나루’는 21일 오후 천호1동 강동구민회관에서 창작 노래콘서트 ‘Hello! 산타!’를 두 차례 공연했다. 저소득층 어린이를 돕는 서울지역 아동센터 공부방협의회와 함께 제작한 가족극으로 아이들은 무료, 어른들에게는 5000원의 입장료를 받았다.

대표 김광수씨는 “공연 수익금이 거액은 아니지만 이를 ‘강동지역 몰래산타’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몰래산타는 크리스마스 전날 산타 분장을 하고 저소득층 어린이 가정을 방문해 선물을 전달하는 인터넷 기반 청년 모임이다.

강서구에서도 관내 기업인 CJ사업단 직원봉사단이 20일 송년음악회에서 어묵 등을 판 수익금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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