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스코틀랜드 투자 붐-유럽진출 발판 허용 올들어 10개社 상륙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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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글래스고=홍병기 기자]'목동의 나라'스코틀랜드를 유럽진출의 전진기지로 삼는 한국기업들이 최근 1~2년 사이에 크게 늘고 있다.세계적 첨단정보통신회사들이 유럽의 실리콘 밸리라 불리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와 에딘버러 사이의'실리콘 글렌

'으로 몰리면서 한국기업들도 이곳에 투자와 거래를 늘리는 추세다.

현재 실리콘 글렌에 진출한 세계 유명전자업체들은 선 마이크로시스템.JVC.NEC.IBM.콤팩컴퓨터등 5백50여개.이 때문에 인구가 유럽전체의 1.5%(5백만명)밖에 안되는 스코틀랜드지만 유럽내 PC의 35% 이상,반도체의 13%를

생산할 정도로 첨단산업이 발전했다.그 동안 이곳에 진출한 일본기업이 41개인데 비해 한국기업은 92년 진출한 중소기업인 동우IMS 현지공장 정도였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지난해부터 한국기업의 진출을 늘리기 위해 마이클 포사이스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것을 비롯해 스코틀랜드 투자개발청(LSI)한국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전자가 이달 20일 단일기업으로는 유럽 전체에서 최대인 총 14억달러 투자규모의 64메가D램 반도체공장 기공식을 현지에서 갖는 등 한국기업 붐이 일고 있다.현대전자는 앞으로 이곳을 거점으로 12인치 웨이퍼와 1기가바

이트급의 반도체까지 생산해 내는 첨단전자단지를 건설해 나갈 계획이어서 현지진출 세계 7대 반도체메이커들과의 한판승부마저 예상되고 있다.

신호전자통신도 이곳을 유럽진출의 발판으로 활용키 위해 지난해 파이프시 인근에 1백5억원을 투자해 연산 48만대 규모의 컴퓨터 모니터공장을 세웠다.올 들어서도 신성이엔지등이 이곳에 현지법인을 세우는 등 10여개 업체들이 진출을 추진

하고 있어 조만간 실리콘 글렌내에'코리아타운'까지 등장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최근 에비엘 캘리도니언사와 보잉737의 엔진정비계약을 맺고 한국에서 이곳으로 엔진을 공수해 와 수리하고 있다.캘리도니언사의 퀀틴 맥길 마케팅담당 부사장은“그 동안 GE등 기존업체에서는 엔진수리.반환에 45일 이

상 걸렸으나 이를 35일 이내로 단축했다”며 항공분야에서 한국기업과의 교류확대를 희망했다.

한국기업들이 이곳에 몰리는 이유는 세금.부대비용등이 싼 데다 풍부한 노동력과 과감한 행정규제 완화등을 밑천으로 외국기업들에 우대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윤길수(尹吉秀)스코틀랜드 투자개발청 한국사무소장은“도장 한두 개만 찍으면 공장설

립이 가능할 정도로 행정규제가 없고 종업원들의 교육훈련비 분담은 물론 투자비용의 20% 이상을 장려금으로 지급해주는 적극적 투자유인정책이 한국기업들에 엄청난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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