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 넘치는 자전거 ‘픽시’를 아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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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시(FIXIE)를 아십니까?


픽시.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낯설지만, 몇몇의 동호회나 모임을 통해 점점 확대되고 있다. 픽시는 ‘Fixed gear bike’를 지칭하는 말인데 보통 ‘트랙 바이크(Track Bike)’, ‘피스타(Pista)’ ‘픽스드바이크(Fixed bike)’, ‘픽시(FIXIE)’라고도 부른다. 이 자전거는 얼핏 보기에는 일반 자전거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일반 자전거에 비해서 조금 더 심플하고 깔끔한 느낌을 준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어가 고정된 싱글기어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 픽시는 기어변속이 되지 않고 브레이크도 없다. 페달을 뒤로 돌리면 뒤로 가고 내리막에서도 페달을 계속 밟아줘야 앞으로 나간다. 페달을 돌리지 않으면 바퀴가 멈추기 때문에 픽시에 오르면 계속해서 페달링을 해줘야 하는 것이 픽시 자전거족의 숙명이다. 어쩐지 원시적이고 불편해 보인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이제부터 픽시만의 매력을 살펴보도록 하자.

자전거와 혼연일체 되는 기분

경륜 자전거에서 쓰는 자전거가 일반적으로 이 픽시와 비슷한 형태의 자전거다. 외국의 자전거 택배 배달원들이 주로 이 픽시를 사용한다. 픽시를 타는 사람들은 이 자전거의 매력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자전거와 혼연일체가 된 기분이 좋다.” 물론 자전거의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라는 자전거 관련 까페의 한 회원은 “앞 브레이크가 없다면 한국에서는 절대 못 탈 것 같은데요. 유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픽시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자출사 회원들이 내놓은 두 가지 상반된 의견을 알아보자.
반대> 저는 픽시에 대하여 이렇게 생각합니다. 자전거는 예전의 탈 것에서 요즘에는 유행의 액세서리로 전락했다고 봅니다. 과거 미니벨로가 처음 도입될 때의 문화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르실 듯... 헬맷도 없고, 그 어떤 안전에 대한 상식도 없이 도로로 나왔던 미니벨로들... 저도 미니벨로 유저지만 몇 년 사이에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지금은 미니벨로 타시는 분들도 안전의식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크게 나아져서 예전처럼 위험하게 타시는 분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픽시는 생활 속의 자전거로서 몇 가지 근본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찬성> 자전거가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고 활용되는 걸 찬성합니다. 픽시로 위험천만하게 거리를 누비는 장면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했습니다. 정서상 앞으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 자전거의 특성에 맞게 장소를 고르고 타시겠지요. 천편일률적인 우리 자전거문화에 양념 같은 존재처럼 보이던데요? 더 많은 양념거리가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벗어날 수 없는 픽시만의 매력

그렇다면 이렇게 바퀴와 몸체만 있는 싱글기어 자전거에 젊은이들은 왜 열광하는 걸까. 왜 픽시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걸까.

픽스드 바이크의 대중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1990년대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픽시는 자전거 택배 배달원 즉, 메신저가 타고 다니던 자전거였다. 가볍고 일반 자전거에 비해서 빠른 속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배달에 적합했다. 또 배달하는 도중 자전거가 고장이 나도 구조가 간단하기 때문에 몇 개의 공구만으로도 손쉽게 고칠 수 있다. 이런 픽시의 특징 덕분에 픽스트 바이크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의 메신저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 나갔다.

하지만 단순히 메신저들의 자전거는 아니었다. 90년대 후반에 이르러 픽스드 바이크는 일반 대중의 사랑을 받는 데에도 성공한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픽시문화를 형성하게 되는데, 빽빽한 자동차 사이를 요리조리 묘기하듯 달리는 픽시 라이더들은 예술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그들의 패션 또한 큰 유행을 가져오기도 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포토그래퍼는 자전거 배달원과 픽시 라이더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매시DVD(mash DVD, www.mashsf.com)’가 새로운 픽스드 바이크 문화를 전 세계에 퍼트렸다.

픽시문화는 이미 일본으로 퍼져나갔고 한국에서도 뿌리를 내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픽시 문화는 국내에서 시작 단계다. 싱글 기어 바이크 온라인 커뮤니티 ‘싱글기어 (http://cafe.naver.com/singlegear)'가 국내 픽시 문화의 중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남들과는 다른 자전거를 위해, 그들은 직접 자전거를 조립하고 장비를 구입한다. 그리고 일반 자전거와 함께 픽시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 한다. 픽시문화가 국내 자전거 문화에도 그 매력을 발산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워크홀릭 담당기자 장치선 charity19@joom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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