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장애인의 대부 - 사회봉사부문 호암賞 받는 양복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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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장애인으로 겪어야 했던 고통이나 슬픔은 말로 다 못해요.그러나 결코 절망한 적은 없습니다.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정상인보다 두배이상 노력했지요.”

장애인을 위한 교육.복지.재활시설의 씨를 뿌리고 꽃을 피워온 전북지역 장애인들의 대부-.22일 삼성문화재단이 주는 호암상 사회봉사부문 상을 받는 양복규(楊福圭.59.사진)씨는 자신의 두발로는 단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1급 지체

장애인이면서도 정상인보다 훨씬 할 일이 많고 바쁜 사람이다.

전주시중앙동에서 동아당약방을 운영하는 楊씨는 본업인 한약사로서 아픈 사람들 상담하랴,대학.사회단체에 강의 나가랴,라디오.TV등에 출연하랴,신문에 칼럼쓰랴,학교와 재단업무 처리하랴 하루가 짧다.

지난 81년 동암고교 설립을 시작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관,자활.자립의 기술을 가르치는 재활원,특수학교인 재활중.고교등을 잇따라 세웠다.지난해에는 양로원.어린이집과 자폐아치료센터등을 갖춘 사회복지관도 건립했다.정상인들도 하기 힘

든 일을 혼자 힘으로 해낸'거인'이다.

전북순창군동계면관전리에서 태어난 楊씨는 5세때 소아마비를 앓았다.궁핍한 살림 때문에 약 한첩,침 한번 못써보고 두다리를 잃었다.학교는 엄두도 못내고 마을 한약방에서 주인의 일손을 도우며 어깨너머로 한약 짓는 법을 배웠다.

22세때 쌀 두말,모포 한장만 든채 친구의 등에 업혀 전주로 나와 단칸방에 한약방을 열었다.

평당 3백~4백원씩 하던 전주시효자동 일대 땅을 조금씩 사모은 것이 5만여평.楊씨는 이 땅을 바탕으로 필생의 사업인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시설과 교육기관 건립에 모든 심혈을 바치고 있다.호암상 상금 1억원은 다시 장애인을 위한 장학

재단을 만들 계획.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만 보면 그들을 도와야 된다는 생각에 楊씨는 오늘도 마음이 바쁘기만 하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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