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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 프로축구 15번째 구단으로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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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 주오’.

굽이굽이 끝없이 고개가 이어진 강원도의 정서가 애간장을 녹이는 ‘정선 아라리’의 후렴구다.

강원도민프로축구단(강원FC)이 18일 춘천시 호반체육관에서 창단식을 하고 15번째 프로구단으로 공식 출범했다. 어려운 고비를 넘고 넘어 탄생한 강원FC에는 축구에 대한 강원도민의 애정과 한이 담겨 있다.

18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강원도민프로축구단(강원FC) 창단식에서 최순호 감독(中)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강원도민의 뜨거운 축구 사랑=강원도는 예부터 축구의 땅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단오절에 맞춰 열리는 강릉농고와 강릉제일고(옛 강릉상고)의 농일전(옛 농상전)이다. 농일전이 열리는 날이면 강원도는 축구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다. 강릉농고 출신의 김현석 울산 코치는 “연세대와 고려대의 경기나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라이벌전도 농상전만큼 뜨겁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1990년 이후 강원도에는 프로구단이 없었다. 모태가 될 만한 대기업이 드물기 때문이었다. 83년 강원도를 기반으로 창단한 현대 호랑이 축구단이 90년 울산으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강원도는 K-리그에서 소외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도 강원도는 개최도시에서 제외됐다. 김연회 삼척시체육회 고문은 “제주도도 월드컵을 개최하는 마당에 강원도가 빠져 지역 축구인들의 가슴에는 피멍이 들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그는 “이제 모처럼 프로축구단까지 생겼으니 더는 강원 축구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강원FC는 총 113억원의 창단 비용 중 절반이 넘는 60억7000만원을 도민주 공모를 통해 조성했다.

◆최순호 감독과 공포의 외인구단=최순호 감독이 초대 사령탑을 맡았다. 2004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물러난 최 감독은 지난해와 올해 내셔널리그에서 울산 현대미포조선을 연거푸 우승으로 이끌었다. 최 감독은 “첫해에는 경험을 쌓는 게 주 목적이다. 2년째에는 10위권 이내로 진입하고 3년째에는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르겠다”는 3개년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최 감독은 아직 강원FC의 이름으로 한 경기도 치르지 않았지만 거리나 음식점에서 팬들의 사인 공세를 받는 게 일상사가 됐다. “최 감독이 선수 때 활약했던 것처럼 감독으로도 성공해 강원도의 자존심을 지켜낼 것”으로 강원도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선수 중에도 아픔을 간직한 경우가 많다. 김영후는 숭실대를 졸업한 3년 전 신인 드래프트에서 K-리그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내셔널리그에서 무려 31골을 터뜨리며 강원FC 유니폼을 입게 됐다. 김진일과 오원종도 각각 포항과 경남 FC에서 버림받은 뒤 내셔널리그 무대에서 기량을 키우며 권토중래했다.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나 강릉상고를 나온 이을용의 가세는 천군만마 같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터키 리그를 경험한 이을용은 어린 후배는 물론 강원도민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는 강원FC의 중추가 될 전망이다. 외국인 용병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해질 때 영입하기로 했다.

◆3년 내 흑자 구단이 목표=김원동 강원FC 대표는 “(2부 리그인) 내셔널리그 강릉시청 전에도 5000~6000명의 팬이 경기장을 찾을 정도로 강원도민의 축구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며 “강원FC의 응원 열기는 그 어떤 곳보다 뜨거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대표는 창단 3년 이내에 흑자 구단으로의 변모를 꿈꾸고 있다. 그는 “강릉은 이제 서울에서 두 시간 거리다. 강원FC의 축구 경기도 보고 강원도 명물인 오징어, 감자, 연어, 송이 축제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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