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월드컵 개최도시 빨리 결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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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는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서는 최초로 월드컵 축구대회를 유치해 세계 스포츠사에 길이 남을 실로 값진 성과를 거뒀다.월드컵 기간중에는 세계 1백91개 국가에서 연 3백20억명의 축구 애호가들이 TV를 시청한다.이 이상의 스포츠 이벤트가 있을까.

특히 우리에게 이번 월드컵은 21세기 선진국 진입을 위한 도약대의 의미가 있다.그리고 월드컵을 제대로 치르기 위한 당면과제는 월드컵 개최도시를 빨리 선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지난해 12월25일 15개 후보도시 가운데 10개 도시를 월드컵 개최도시로 확정하는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일본이 벌써 개최도시를 확정하고 모든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98년초에나 개최도시를 선정

할 것이라고 한다.물론 우리나라 단독개최라면 아무래도 좋다.그러나 세계인 앞에 우리와 일본의 모습이 극명하게 비교되는 공동개최라는 점에서 월드컵 개최도시는 정치적 논리를 떠나 하루빨리 결정돼야 한다.

개최도시 결정이 늦어지고 이것이 준비 부실로 이어져'일본보다 형편없다'고 세계인에게 평가받는다면 21세기 태평양시대의 주역이 되고자 하는 우리의 목표는 그만큼 멀어지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서울.부산등의 대도시등에서만 국제행사를 치러왔다.그러나 월드컵대회는 예선 경기가 여러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열리게 돼 있어 보다 치밀한 준비가 요구된다.

앞으로 2002년까지 5년이라는 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완벽한 대회준비를 위해선 결코 긴 시간만은 아니다.경기장 신축의 경우 최소 5년 이상이 소요되고 지방도시들은 특급호텔을 비롯한 다양한 숙박시설 또한 지금부터 갖춰야만 한다.그밖에 경기장에 신속하고 편리하게 왕래할 수 있도록 도로.철도.공항.항만등의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대대적인 신설과 확충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 후보도시에는 무엇보다 국제축구연맹(FIFA)기준을 충족시키는 경기장이 전무한 상태다.후보 도시별로 축구전용구장등을 준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월드컵을 유치하고자 막대한 예산을 들여 모든 경기장을 4만석 이상으로 신.증축한다면 예산의 엄청난 낭비일 뿐만 아니라 차후 사후관리도 어렵게 된다.

월드컵 조직위원회에서는 4월중 개최도시 선정을 위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각 후보도시에 대한 평가작업에 착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제 우리도 개최도시 결정에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월드컵 조직위원회에서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해 조속한 시일내에 월드컵 개최도시를 최종 결정해 주기바란다.심재덕〈수원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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