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술관으로 점심 먹으러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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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이 늘 입에 달고 사는 푸념 중에 하나가 “문화생활을 할 시간이 없다”는 것. 쪼개고 쪼개도 감성을 위해 투자할 시간을 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 사정 때문에 최근 미술관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조금씩 일고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전시회가 제법 여러 곳에서 열리고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점심시간에만 무료로 개방해 직장인들의 발걸음을 유인하려는 작전이다.

- 사비나 미술관, "나는 미술관으로 점심 먹으러 간다."

흘려버리기 쉬운 점심시간을 특별한 시간으로 바꾸고 싶다면 서울 안국동의 사비나미술관으로 걸음을 옮겨보자.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맞춤형 전시관람 프로그램 ‘미술과의 데이트-런치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다. 미술관에서도 점심을 먹는다는 발상으로 기획된 미술관 런치 프로그램은 사비나미술관에서 국내 처음으로 시도한 프로그램으로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점심 식사와 함께, 큐레이터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런치 프로그램은 전시기간 중 매주 목요일 낮 12시부터 50분간 진행된다. 관람료는 점심식사 포함 1인당 1만원. 5인 이상일 경우에만 진행이 가능하니, 최소한 하루 전날 프로그램 진행 여부를 확인한 후에 접수하는 것이 좋다. 큐레이터의 쉽고, 재미있는 미술작품 이야기뿐 아니라 참여자들은 평소 궁금했던 그림과 작가 등에 대해 마음껏 질문할 수 있고, 때에 따라 전시중인 작가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사비나미술관에서는 현재 김범수 개인전이 한창이다.

현재 사비나미술관에서는 영화, 공연, 다큐멘터리, 흑백필름 등 이미 상영되어 폐기된 다양한 종류의 영화필름을 모아 조형적으로 재구성한 조각을 만드는 김범수 작가의 7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11월 26일부터 시작된 전시는 12월 21일까지 계속되며, 전시장 공간의 형태를 고려한 공간연출식 설치작품 5점과 조각작품 3점이 전시된다.

“런치 프로그램으로 머물지 말고, 직장인들이 퇴근 후 가질 수 있는 디너 프로그램까지 기획했으면 좋겠다.”는 등 미술관의 이색 프로그램에 반응도 가지각색. 2002년 11월에 시작된 런치프로그램 ‘나는 미술관으로 점심 먹으러 간다’는 지난 6년 동안 1,200여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갔다. (문의. 02-736-4371, 4410)

- 서울시립미술관, 점심시간 무료개방

서울 서소문동에 소재한 서울시립미술관은 평일 낮 점심시간을 이용해 미술관을 찾는 직장인들을 위해 전시장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이 전시장 무료개방은 바쁜 일상에 쫓겨 미술감상의 기회가 적었던 직장인들에게 미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미술감상의 안목을 길러줘 미술감상 인구의 저변확대에 기여하고자 실시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관람할 수 있는 상설 전시는 『천경자의 혼(魂)』. 어떤 예술가보다도 치열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아온 천경자 화백의 불꽃같은 예술혼을 엿볼 수 있다. 남서울 분관에서는 환경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다각도로 고찰하는 '오래된 미래 Ancient Futures전'이 내년 2월 15까지 열린다. 그런가하면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호안 미로, 마르크 샤갈, 페르낭 레제' 등 20세기 세계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2008 국립 조르주 퐁피두센터 특별전 "화가들의 천국">이 내년 3월 22일까지 서소문 본관 2, 3층 전시관에서 열린다.

지난 7월 29일부터 시작된 전시장 무료 개방은 매주 화∼금요일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특별기획전을 제외한 미술관 자체 기획전 또는 상설전시에 한해 적용된다. 한편 서울시립미술관의 입장료는 성인만 700원이 적용된다. (문의. 02-325-1077~9)

자료․사진=사비나 미술관
워크홀릭 담당기자 최경애 doongj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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