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도 We Start] 고사리손 아름다운 동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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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가게 홍명희 이사(右)가 밤골아이네 공부방을 운영하는 이숙경 수녀(左)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동화책 500원, T셔츠 1000원, 영어 비디오테이프 한 세트에 2000원….

어린이들이 헌옷과 장난감 등 쓰던 물건을 팔아 모은 돈으로 가난한 또래 아이들을 도왔다. 기업의 뭉칫돈도, 때 되면 내는 성금도 아닌, 뙤약볕 아래에서 목청 높여 "골라 골라"를 외치며 물건을 판 푼돈을 모아서다.

'중앙일보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가게'는 지난 5일 열린 어린이 벼룩시장 '병아리떼 쫑쫑쫑'의 수익금 등 960만원을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밤골아이네 공부방에 전달했다.

아름다운 가게 홍명희 이사와 어린이 벼룩시장을 협찬한 신한은행.조흥은행 관계자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빈곤층 아이들의 가난 대물림을 끊어주기 위한 범국민 캠페인인 'We Start 운동'에 동참하는 뜻으로 마련됐다.

이 운동은 지역사회나 시민단체 등의 자발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가난한 아이들의 복지.교육.건강 문제를 해결해 주자는 캠페인이다.

960만원 중 460만원은 1000여명의 어린이가 자신의 헌옷.장난감.학용품 등을 팔아 얻은 수익금 중 10%다.

여기에 지난달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관장 노준의) 설립자인 건축가 문신규(66)씨가 자신의 애장품을 판매해 마련한 500만원을 보탰다.

밤골아이네 공부방은 저소득층 초.중.고생 100여명이 학교가 끝난 뒤 공부와 식사를 해결하는 배움터이자 쉼터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거나 할아버지.할머니와 살아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공부방을 운영하는 이숙경(45)수녀는 "아름다운 가게에서 모아주신 성금은 집을 옮기는 데 보탤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턱없이 부족해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공부방이 세들어 있던 30평짜리 단독주택은 오는 7월 임대기간이 끝나 비워줘야 하는데 전세금(1억4000만원)을 돌려받아도 새 집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집값이 많이 오른 데다 아이들 100여명이 생활할 정도로 넓은 장소는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낸다. 두달 뒤면 아이들이 오갈 데가 없어지는 절박한 상황이다.

한편 아름다운 가게는 'We Start 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다음달 중 서울 서초구 문화예술공원에서 'We Beautiful Start'나눔장터를 열기로 했다.

박현영 기자<hypark@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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