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미국.러시아 정상회담, 유럽통일 시점돼야 - 워싱턴포스트17일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20일 헬싱키 정상회담에서 서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무척 많을 것이다. 심장수술을 받은 옐친과 골프치다 넘어져 무릎 수술을 받은 클린턴은 서로의 심장과 무릎에 관해,의사들에

관해,그리고 또 지난해 선거에서 재선된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것이기에 틀림없이 선거운동에 관해서도 나눌 얘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양국 정상이 서로 할 얘기가 아무리 많아도 이런 대화만 나누고 정상회담을 마쳐서는 안된다.이번 정상회담은 20세기 냉전시대를 마감하고 21세기 세계 질서를 재정립할 중요한 전기가 되기에 미.러 양국관계 재구축등에 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클린턴 대통령은 20일 두 가지의 서로 상반되는 목표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 하늘 높은 곳에서 외줄타기하는 심정을 안고 핀란드로 떠난다.

그는 북미와 서유럽 민주국가들의 군사 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체코.폴란드.헝가리등 옛 바르샤바조약기구 소속 국가들을 새로운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클린턴은 또 NATO와 러시아가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이 NATO에 가입하기를 열망하는 국가들은 NATO 가입을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보호막으로 인식하고 있고 아직까지 러시아인들은 NATO를 러시아에 적대적인 군사동맹체로 인식하고 있어 NATO 확장을 견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목표는 동시에 이룰만한 가치가 있고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서로 상반된 것만은 아니다.클린턴 행정부는 이 두 목표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아직 어떤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헬싱키 정상회담에서 지켜야 할 원칙은 분명하다.

러시아와의 평화유지 활동이나 새로운 안보관계 정립을 통해 러시아를 서방국가의 일원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또 서방국가들은 옛 소련의 영향력 아래 있던 국가들이 비자발적으로 다시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 들어가는 것을 강력히 막아야 한다.

이는 러시아와 NATO 관계와는 별도로 NATO의 동구권 확장이 예정대로 진행돼 새로 NATO가입을 원하는 국가는 모두 신규회원국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유럽국가들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옛 공산권 국가들 대부분은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서유럽 국가군에 합류하기를 원하며 이를 통해 오랜 국경분쟁과 민족분규를 끝내고 싶어한다.

이번 정상회담이 유럽이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극적 돌파구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통일된 하나의 유럽을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리=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